괴물

narre 2006. 7. 28. 13:39


(스포일러(랄게있나)없음)

두어달 기다렸나.
개봉하기 하루 전날. 코엑스 1관에서 보겠다는 야망을 잠시 접고, 근처 영화관에서 봤다.

영화는 기대만큼 재밌었는데, 흥행성을 보장하면서 하고 싶은 말도 하느라 조금 벅차보였다.
딱히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 할게 많지 않은 것 같아, 무슨 기사가 쏟아져나올지 궁금했는데 미디어다음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었다.

"다만 괴물의 캐릭터가 단편적으로 설정된 점은 아쉽다. 괴물의 난동이 영화적 쾌감을 안겨주지만 '킹콩'의 킹콩 등과 달리 타이틀롤인 괴물은 말 그대로 괴물일 뿐, 감정의 교감을 자아내지 못한다.괴물로 인해 위기를 맞은 가족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지만 괴물의 캐릭터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국가비상사태인 만큼 군·경의 대응을 실감나게 가미했다면 ‘사실적 리얼리티’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 참, 내 보기엔 완전히 틀린 말이다.
아마 괴물에 다양성이 부여되고, 감정교감도 하고, 군경이 실감나게 대응했다면 '사실적 리얼리티'가 아니라 '헐리우드식 리얼리티'를 획득했을거다.

괴물이, 킹콩이나 엘리게이터나 죠스와 다른 점은, 괴물이 '괴물'인데 있다. '거대 망둥어'라거나, '돌연변이 잉어'였다면 영화는 이만큼 호평을 받진 못했을거다. 영화 초반부에 잠깐 괴물의 탄생배경이 등장하지만, 괴물은 헐리우드 영화처럼 그 출생의 과학적 타당성을 애써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종의 변종인지도 밝히지 않는다.

왜냐, 봉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건 사실적 괴물이 아니니까.
봉감독은 한강이라는 배경,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위치와 설정, 극중 송강호의 바이러스 검사를 둘러싼 국가권력의 무능함과 무책임함, 미국과 국제기관의 개입, 박해일의 선배가 보여주는 XXX등, 이 사회에서 '괴물'이란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모든 장치들을 곳곳에 설치해두고, 괴물을 폭주시킨다.(스포일러를 피해 말하기가 정녕 쉽지 않다) 우당탕탕 괴물의 난동에 하나씩 드러나는 건 괴물의 난폭함도 아니고, 인간의 무력함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의 사랑이라보기엔 좀 약하고, 괴물적 사회, 이거이 봉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괴물이다.
때문에 추상적이고 단순한 괴물은, 역설적으로 구체적이고 복잡한 괴물성을 드러내기 위한 필연적 설정이었던거지.

당최 '군경의 대응'이란게 어떤건지 보여주고 싶었던 봉감독에게, 실감나게 군경이 대응하는걸 보여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너무 웃긴거 아닌지.

나름대로는 선을 잘 그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좀 더 주제의식이 강화되었다면, 흥행성은 그만큼 떨어졌을테니까.
딱좋다.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재미있는 여름방학특집 괴물영화로.

이제는 지브리의 '게드전기'만 기다려야 하나.
하야오 할아버지 아들래미가 잘 만들었을라나 몰라.

아,근데 왜 나는 영화만 보고 있는게야. -_-

ps. 배두나는 캐릭터마다 다 그냥 '배두나'인데도 왜 이렇게 좋은거지.
     고아성의 연기를 보면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