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함

narre 2005. 7. 22. 04:48
"일반론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사람은 아무데도 갈 수 없어. 나는 지금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잠자코 있었다.
"나약함이라는 것은 몸 속에서 썩어가는 거야. 마치 회저병에 걸린 것처럼 말이지, 나는 10대 중반부터 줄곧 그것을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언제나 초조했지. 자신의 속에서 뭔가 썩어 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본인이 느낀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자네는 알겠나?"
나는 담요를 뒤집어쓴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마 자네는 모를 거야."
쥐가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는 그런 면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그건 나약함이야. 나약함은 유전병과 같지. 어느 정도 안다고 해도 스스로 고칠 수가 없는 거야. 어느 순간에 없어져 버리는 것도 아니고. 점점 나빠져 갈 뿐이지."
"무엇에 대한 나약함이라는 거지?"
"전부 다. 도덕적인 나약함, 의식의 나약함,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의 나약함."
나는 웃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웃을 수가 있었다.
"그야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나약하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겠나.:
"일반론은 그만두지. 조금 전에도 말했ㄷ스이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 그러나 진정한 나약함은 진정한 강인함과 마찬가지로 드문 법이야. 끊임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나약함을 자네는 모를걸세. 그리고 그런 것이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모든 것을 일반론으로 규정 지을 수는 없어."
나는 잠자코 있었다.
...........중략..........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 위에 소리도 없이 눈이 쌓이고 있었다.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 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쥐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모르겠어"
나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