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집이 싫다

narre 2005. 1. 12. 14:56
고집은 약한 자의 것이다.
자신이 변화되는 것이 두려울 때, 막연히 언어의 힘을 불신할 때,
자신이 가진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 자유로운 가치판단을 할 자신이
없을 때 택하는 것이 고집이다.

고집은 기본적으로 차이에 대해 배타적이다.
'넌 그렇고 난 이래'라는건 결코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것과 다른 견해에 대해 그러한 견해가 나온 맥락을 따라 고민해 본 뒤 가치판단을 하고 난 뒤에야 차이를 이해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상적으로 차이를 이해할 뿐 도대체 뭐가 차이인지 조차 모른다.

고집은 불성실하다.
자주 인용하지만 사르트르는 선택에 있어 무엇이 맞고 틀린지는 판단 할 수 없으나 선택에 있어 성실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비판 할 수 있다 하였다. 고집은 불성실한 선택의 전형적인 예다.

고집은 구속이다.
고집을 가진 이는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회가 교육이라는 교묘한 세뇌도구를 사용해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주입시킨 것들에 대해 대부분이 심각히 고민해 보지 않고도 선이라
믿어버린다. 도덕이 바로 그 예시겠지. 우리는 그것에 동의함으로서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성을 빼앗겨 버린다. 그리고 고집 역시 이와 비슷한 성질의 것인 것이다.

고집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누군가의 이익을 강화하는 형태로 작용하고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은 , 대부분이 고정되어 있음으로서 이익을 받는 이들, 즉 기득권이다.

흔히 장인의 고집이니, 하며 고집에 긍정적 수식어를 갖다 붙이곤 하는데, 글쎄.. 그건 고집이란 단어를 잘 못 사용한것 같다. 자신의 근거가 있고 이에 대한 비판에 맞서 싸울 준비도 되어있다면 그것은 소신이지 고집이 아니다. 즉 소신은 가치판단에 있어 열려 있으면서 현실적인 권력관계에 굴복하지 않음을 뜻한다. 많은 이들이 고집과 소신을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다.

즉 '내가 싫으면 싫은거고 내가 아니면 아닌거다'에서 그친다면
그것은 약한자의 고집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