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단순하며 항구적인 것

narre 2005. 8. 25. 01:52
나는 생 피에르 섬에서 맛본 행복감에 대한 루소의 다음과 같은 묘사에 감탄하여 마지않는다.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루소가 비엔 호숫가에서 맛보았다고 느낀, 그리고 '단순하며 항구적인 것'이라고 그리도 잘 묘사한 그 극도의 희열이란 것은 오히려 어떤 마비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루소는 그의 비참과 죽음을 보지 않으려 애쓴다. 내가 보기에는 극도의 희열이란 어떤 사람들에겐(나는 그들에 대하여 경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비극적인 것과 구별할 수 없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희열은 비극성의 절정이다. 어떤 정열의 소용돌이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영혼 속에는 엄청난 침묵이 찾아든다.


- 섬, 장 그르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