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 - 가르시아 마르케스

narre 2006. 6. 28. 00:37
집은 잿더미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고, 나는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강렬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델가디나의 사랑 속에서 항해하고 있었다. 그녀 덕택에 나는 구십 평생 처음으로 나의 타고난 성격을 알게 되었다. 각각의 물건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며, 각각의 일은 일의 성격에 맞는 시간에 처리해야 하고, 각각의 단어는 그 나름의 적절한 문체가 있다는 나의 강박관념은 질서 정연한 정신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내가 근본적으로 무질서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위장술이었던 것이다. 또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미덕이 아니라 게으름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야박한 심성을 숨기기 위해 인자한 척하고, 그릇된 판단을 숨기기 위해 신중한 척하고, 쌓인 분노가 폭발할까 봐 화해를 청하며, 타인의 시간에는 무관심하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시간을 엄수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랑은 영혼의 상태가 아니라 별자리 기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중, 가르시아 마르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