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바보
narre
2005. 2. 4. 10:14
잠도 많이 못잤는데 아침에 눈이 뜨여서, 토스트 만들어 먹으며 daum에서 만화를 봤다.강풀의 <바보>란 만화였는데 보다가 깜짝 놀랐다.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그대로 만화화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어느 동네에나 한 명쯤 있었던 바보에 관한 이야기.
강풀 특유의 등장인물들 사이의 얽히고 섥힌 인연들, '그래도 세상엔 아직 사랑이 있지'라고 믿게 만들어 버리는 뜨끈뜨끈한 인간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가지 구성상의 장치들, 사진적인 너무나도 사진적인.
중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야.. 생각해보면 우리 어렸을 때는 어느 동네에나 대표 바보가 하나씩은 있지 않았냐?'
.....
'하긴 바보들은 좀 순하달까?'
.....
'왜 항상 바보들은 서성거리는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까?'
.....
'그런데 말야 요즘은 바보들이 잘 눈에 안 띄는 것 같지 않아?'
....
'모르겠어 우리가 바보들을 분리해버린건 아닐까?'
......
'으음... 그러니까 무슨 병원이니 요양원이니 재활원이니 그런데다 넣어버리는 거'
'하긴 한데다 다 모아두고 관리한달까...'
'어쩌면 우리랑 다르다고 가둬버리는게 아닌가 해서...'
-강풀, <바보>
18세기 이후에 광기는 정신'병'으로 분류되면서, 이들은 격리되고 추방되어져야할 존재가 되었다.
이들 광인들은 탈출구가 없는 배에 감금되어 수천 개의 지류를 가진 강과 수천개의 길을가진 바다로, 즉 모든 것의 외부에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인도되었다.
광인은 가장 자유로운 것,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열려 있는 길 가운데에서 끝이 없는 십자교차로 위에 감금되어 있었다. 그는 탁월한 항해자임과 동시에 그 항해의 포로이다. 그가 정박하고자 하는 땅은 그가 떠나온 땅과 마찬가지로 미지의 세계였다. 그는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두 나라들 사이에 있는 불모의 광할함에서만 그의 진실과 고향을 만난다.
-푸코, <광기의 역사> 중
강풀의 만화는 언제나 사회의 주변부를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서 좋다. 사람들이 아직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무언가(사랑)를 보여주고, 현실의 보다 복잡하고 삐뚤어진 부분은 언급하지 않지만, 그냥 그 자체로 좋다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환상'이란 단어보다는, '위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만화기 때문에 그런지도...
혹시 아직 안 본 이들이 있고 시간이 난다면 한 번 보시길. 지금 연재분까지 다 보는데도 한시간이 안 걸림.
주소: http://cartoon.media.daum.net/uccmix/daumtoon/babo/200411/01/cartoon/v7639799.html?u_b1.valuecate=1&u_b1.svcid=02D&u_b1.objid1=12359&u_b1.targetcate=1&u_b1.targetkey1=18832&u_b1.targetkey2=7639799
문득 푸코가 <광기의 역사> 서문의 가장 첫 문장에 인용한 파스칼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광기에 걸려있다. 따라서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미쳤다는 것의 또다른 형태일 것이다'
요즘 내 정황에 비추어 해석하면 이렇다. 인간은 당근 미쳐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만 눈에 들어온다면 미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는가. 그래도 미치지 않았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거다.(물론 파스칼의 의도는 이와 다를 것이다.)
아, 그리고.
내부에서 외부로, 때문에 역설적으로 외부에서 내부로 향했던 광인들의 위대한 항로에 오른 배가 바로
바보들의 배, 나렌쉬프(Narrenschiff)다.
예전엔 어느 동네에나 한 명쯤 있었던 바보에 관한 이야기.
강풀 특유의 등장인물들 사이의 얽히고 섥힌 인연들, '그래도 세상엔 아직 사랑이 있지'라고 믿게 만들어 버리는 뜨끈뜨끈한 인간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가지 구성상의 장치들, 사진적인 너무나도 사진적인.
중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야.. 생각해보면 우리 어렸을 때는 어느 동네에나 대표 바보가 하나씩은 있지 않았냐?'
.....
'하긴 바보들은 좀 순하달까?'
.....
'왜 항상 바보들은 서성거리는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까?'
.....
'그런데 말야 요즘은 바보들이 잘 눈에 안 띄는 것 같지 않아?'
....
'모르겠어 우리가 바보들을 분리해버린건 아닐까?'
......
'으음... 그러니까 무슨 병원이니 요양원이니 재활원이니 그런데다 넣어버리는 거'
'하긴 한데다 다 모아두고 관리한달까...'
'어쩌면 우리랑 다르다고 가둬버리는게 아닌가 해서...'
-강풀, <바보>
18세기 이후에 광기는 정신'병'으로 분류되면서, 이들은 격리되고 추방되어져야할 존재가 되었다.
이들 광인들은 탈출구가 없는 배에 감금되어 수천 개의 지류를 가진 강과 수천개의 길을가진 바다로, 즉 모든 것의 외부에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인도되었다.
광인은 가장 자유로운 것,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열려 있는 길 가운데에서 끝이 없는 십자교차로 위에 감금되어 있었다. 그는 탁월한 항해자임과 동시에 그 항해의 포로이다. 그가 정박하고자 하는 땅은 그가 떠나온 땅과 마찬가지로 미지의 세계였다. 그는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두 나라들 사이에 있는 불모의 광할함에서만 그의 진실과 고향을 만난다.
-푸코, <광기의 역사> 중
강풀의 만화는 언제나 사회의 주변부를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서 좋다. 사람들이 아직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무언가(사랑)를 보여주고, 현실의 보다 복잡하고 삐뚤어진 부분은 언급하지 않지만, 그냥 그 자체로 좋다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환상'이란 단어보다는, '위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만화기 때문에 그런지도...
혹시 아직 안 본 이들이 있고 시간이 난다면 한 번 보시길. 지금 연재분까지 다 보는데도 한시간이 안 걸림.
주소: http://cartoon.media.daum.net/uccmix/daumtoon/babo/200411/01/cartoon/v7639799.html?u_b1.valuecate=1&u_b1.svcid=02D&u_b1.objid1=12359&u_b1.targetcate=1&u_b1.targetkey1=18832&u_b1.targetkey2=7639799
문득 푸코가 <광기의 역사> 서문의 가장 첫 문장에 인용한 파스칼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광기에 걸려있다. 따라서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미쳤다는 것의 또다른 형태일 것이다'
요즘 내 정황에 비추어 해석하면 이렇다. 인간은 당근 미쳐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만 눈에 들어온다면 미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는가. 그래도 미치지 않았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거다.(물론 파스칼의 의도는 이와 다를 것이다.)
아, 그리고.
내부에서 외부로, 때문에 역설적으로 외부에서 내부로 향했던 광인들의 위대한 항로에 오른 배가 바로
바보들의 배, 나렌쉬프(Narrenschiff)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