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포인트

narre 2006. 7. 24. 22:17
덥다.

스릴러와 호러의 계절이 온 것이다.

별로 이쪽 장르의 영화를 즐기지 않는 나도, 이 더위 속에선 종종 내 취향을 양보할 수 밖에 없다. 심리호러서스펜스에 심취해 있는 여동생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내 인생에 공포영화는 없을 줄 알았더만, 정신을 차려보니 유사인물이 곁에 서식하고 있었다.

귀신이나 좀비나 흡혈귀는 시시하다,라고 항상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리 무섭지도 않은 장면에서 홀로 사자후를 터트리며 극장 안을 썰렁하게 만들기도 한다.(캐리비안의 해적2를 보며 그랬다. -_-) 허나 무서운 인간 종족이 천만명이나 살고 있는 서울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공포영화에 떨기엔 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다. 언제 죽어서 냉동실에 버려질지도 모르는 사회 아닌가.

그래도 가끔은 괜찮은 공포 영화가 있다.
공포스러운 영화가 아니라, 공포에 관한 영화.
공포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지 다루는 영화.
공포는 형식이고, 공포의 근원이 주제인 영화.

얼마전에 찾아본 <알포인트>가 바로 그런영화, 면 좋았으련만...
그러려다 만 영화에 그쳤다.

전쟁이란 무엇인지, 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죄의식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이런 것들을 실체없는 원혼으로 형상화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냥 거기서 끝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각 캐릭터의 심리와 공포의 근원을 다뤘다면 좋지 않았을까. 나름 깔끔한 연출에 긴장감 있는 구성이었지만, 섬세함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포영화 중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