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영향력

narre 2006. 2. 9. 00:07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오후엔 프로젝트 중간보고가 있었다. 며칠동안 스트레스를 이따시만큼 안겨주던 주범.
광화문의 정부중앙청사에 신분증 맡기고, 가방 엑스레이까지 찍어가며 들어가서는,
지도교수님 옆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연구진들끼리 진행하는 회의도 혼자 학생이라 부담스러운데, 청와대의 지속가능위원회 위원장 등의 명함 멋진 분들만 참석한 원탁형 회의실에서 석사생이 한자리 떡 차지하고 있으려니, 아.. 힘들구나.

지속위 분들이랑 여러 정부인사들의 말을 듣다보니, 하나의 문제의식이 지원해야할 연구로 채택되고, 보고서가 쓰여지고 최종적으로 정책으로 채택되는 과정에 대한 감이 생겨 좋았다. 그리고 현정부가 환경부분에서 밀고있는 정책에 대한 감도 생기고, 어떤 연구가 실효성이 있을지도 조금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고.

중간중간에 내가 연구한 부분이 언급될 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 부분이 칭찬을 들을 땐 기분도 좋고 그렇더라.

내가 한 연구가 정책으로 채택되는데 쓰이고, 그 의견이 영향력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보고나니, 묘한 자극이 된다.  정치의 매력이 뭔지 알듯말듯한 느낌?

보고가 끝나자마자 과외 두개를 이어서 하는 빡센 일정이었는데(이 노므 보고 땜시 계속 밀린 과외였다) 과외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외를 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아이가 성적이 오를 때보다는, 그렇게 싫어하던 수학이 이제 좀 재밌는 것 같다고 말하거나,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 때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거나, 즐겁다고 생가하는 부분을 타인에게 전할 수 있는데서 오는 쾌감이랄까. 그런 부분이 나에겐 참 크다는걸 새삼 느낀다.

권력관계가 들어가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쾌감이지만.  

아... 하루하루가 빡세지면서, 혼자 노는 소소한 취미들이 줄어든다.
축구게임 한 판이라던지, 애니매이션 한 편 감상이라던지 하는.
하지만 전혀 결핍을 느끼지 않는걸 보면 조금 신기하다.
보통 뭔가 쌓이는 느낌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