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우주

narre 2005. 1. 23. 07:22
과외하는 애에게 허블 망원경으로 백수십억년 광년 떨어진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능이 개선되면(녀석 말로는 수년안에 허블 망원경 투가 나온댄다) 우주탄생의 비밀이 밝혀질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문학에 큰 관심은 없기에 세세한 논의야 모르지만, 역시 우주 탄생이다 뭐다 하면 조금은 몽롱한 기분이 되어서, 나와 우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

인간이 꽉막힌 아스팔트 속에 거주하고, 대기오염으로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붉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되면서 우주는 인간의 삶 속에서 점차 멀어져 간 건 아닐까. (검은 하늘이 붉은 하늘이 된 시기와, 맑고 차분한 밤이 우울한 밤이 된 시기는 일치하지 않을까) 이 정신없이 바쁜 사회에서 우주는 아이들의 머리에만 존재한다. 아니 거기에서도 점차 사라져 가겠지. 별도 없는 밤하늘 무슨 재미로 보나.


양과 더불어 떠돌며 광할한 초원 위의 천막에서 잠을 자던 유목민은, 어느날 밤 급한 쉬마려움에 천막을 나서며 무슨 생각을 할까. (급하니 아무 생각도 안하겠군.) 그럼 대지에 따뜻한 물을 흩뿌리고 나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몸을 부르르 떨며 '아, 디게 춥다' 그럴지도)

거대한 '무한' 앞에 과욕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모든 것이 내 것이며 또한 내것이 아니거늘. 뭐 이런 생각을 하며 털레털레 천막으로 돌아가진 않을까. 복자복자한 이 삶에서 오직 말로써만 사유되는 것들이, 그런 삶에선 그저 마음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나.

어찌보면 이것도 낭만적인 생각이고, 유목민의 구체적인 삶은 가난과 결핍일지도 모르지만, 또 다르게 보면 그걸 가난과 결핍이라 보는 관점도 우리의 관점일 수 있으니까.  

우주만큼 끝없는 궁금함. 몽상.

우주 탄생을 생각하니 전부터 가보고 싶던 몽고에 더욱 가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