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낙성대서 회사까지 편도 한 시간 반.
야근이 많은 회사 특성상 세시간의 통근시간은 무리인 것 같아 사택으로 옮겼다.
미나의 이사짐 싸는 솜씨는 놀랄만큼 탁월해서, 나는 꾸중을 들어가며 한 수 배워야 했지만, 덕분에 하루만에 짐은 꾸려졌고 예정에 맞춰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전날 밤부터 간헐성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심상치 않더만, 이사 당일도 날씨가 꾸리꾸리하다. 비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된다던데, 다행히 이사 중엔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착하고 보니 이게 웬걸, 열쇠가 없다. 뒤적뒤적하다 낯익은 열쇠가 하나 나오는데, 이건 원래 살던 집 열쇠. 머리 부분이 비슷하게 생긴 탓에 사택 열쇠를 이전 집주인에게 반납한 것이었다. 부랴부랴 이사 아저씨를 불러 출장비 내가며 문을 따고 들어서니, 드디어 펼쳐지는 사택의 풍?경.
현관문 좌우로 방이 두개 있으니, 넓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밝은 햇살하며, 시원한 바람까지 솔솔 부니, 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싶었으나, 바로 나의 방인 세 번째 방은 한동안 사는 이 없었던 것이 이해가 갈만한심상치 않은 방이었다.
하나 있는 창문은 교도소 창문처럼 작은데다 그 앞은 다른집 담벼락이라 햇살 꼬랑지도 들지 않고, 전날 내린 비가 지붕을 관통하여 뚝뚝 떨어지는 것이 바닥은 한바탕 물난리를 피웠더라. 어디선가 걸레를 찾아내어 방을 닦다보니 아뿔싸 싶었으나, 이미 용달차는 떠나갔고, 사택은 공짜고, 회사는 내년에 이사가니 새 집 구하기도 마땅치 않더라.
뱃가죽이 등바닥에 진짜 붙는지 안 붙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력이 쇠진하여 미나와 함께 쓰러질 지경이라, 짐은 대충 풀어놓고, 홍대까지 겨우겨우 기어가서 배터지게 먹고나니, 이젠 배부르고 졸려서 쓰러질 것 같더라.
아흠. 암튼 그리저리 이사했다. 앞날이 거 참... ㅠ.ㅠ
-----------------------------------------------------결국 옆에 붙어있는 별채로 다시 이사.
이 방은 물은 안새는데 벽지에 음...
그래도 혼자 쓰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