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출근

narre 2006. 8. 22. 19:48


어젠 첫출근. 몇몇이 고맙게도 문자를 보내주었다.
점심시간 외엔 쉬지도 않고 일하는 팀사람들 덕에, 별로 할 일은 없는데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리를 지켜야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니 갑자기 이 일 저 일 가르쳐주는 통에 갑자기 스트레스 조금. 긴장한 탓인지 제대로 졸지도 못한 퇴근길 만원 지하철.

터벅터벅 힘든 걸음을 옮겨 집에 도착하니 이게 뭔가.

도둑이 들었다.

문은 따여져서 고리가 덜렁거리고, 집 안은 난장판.
없어진 것을 찾아보니 다행히 미나에게 새뱃돈으로 받은 5천원짜리 지폐 한 장.
처음엔 사진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어떤 징조가 아닐까 싶어 조금 울적해졌었다. 회사에 갔으니 사진 같은건 못 찍는다구, 뭐 그런식의.
한바탕 난리가 난 후, 액땜 한 셈 치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귓가로 흘리고, 도둑에 대한 불안감 따위는 콧구녕 아래로 흘리며 금새 깊은 잠이 들었다. 죽음처럼 달콤한 잠이었다.

그리곤 다시 출근.

그리곤 다시 퇴근.

뭐 계속 그렇게 반복될 날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어제는 그랬다.
퇴근길 지하철 안이었는지, 집으로 가는 나즈막한 오르막길 위에서였는지, 잔뜩 어지러진 집 안으로 들어갈 때였는지, 그렇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문득, 소리죽여 크게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한바탕 기분이 풀릴 것 같았는데, 역시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을이 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회기역에서 회사까지 걷는 짧고 긴 산책길이 즐거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