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취중사진
narre
2005. 5. 12. 11:03
사진은 그때의 술기운 만큼이나 흐릿하고 몽롱하며 회상적이었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지나온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과거가 다시 하나의 사건이 되고 새로운 배열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역시 현재가 아닌가, 오롯이 현재를 살아가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은 외부적이라기보단 내부적인지도 모른다. 가령 봄이 늘 그렇듯, 회상의 냄새가 코를 마비시키고 그것에 이끌려 무언가를 한다면, 하다못해 버스를 타지 않고 몇 정거장을 걸어가기라도 했다면 그는 과거를 사는 것인가 현재를 사는 것인가. 현실적인지 구체적인지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런 사건은 절절하게 후각적이며 때론 촉각적인 현실이니까. .
현재와 과거는 단절적이기도 하며 연속적이기도 한데다 때론 역전적이기까지 하다.
그날의 농구공은 우리 손을 떠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했다.
우린 명령하였으나 그는 골(goal)로 향하지 않았다.
목적(goal)없이 허공을 춤추는 그를 보며 형식없는 탱고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