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에르바흐(Feuerbach)의 종교 / 여산

narre 2006. 6. 28. 00:30
Karl Marx나 엥겔스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포이에르바흐(L.A. Feuerbach, 1804-1872)는 한 때 기독교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했고 헤겔 밑에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그는 당대 기독교를 비판한 무례한 사람으로서 그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대학에서 파면당하여 만년에는 자신의 표현처럼 `행복한 고독과 자주성' 속에 가난한 여생을 보내다 세상을 떠났다. 지금 다시 보는 그의 종교에 대한 (내식대로 말한다면, 종교화에 대한) 통찰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사유와 성향은 인간의 사유와 성향과 동일하다. 인간의 하나님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하나님의 의식은 인간의 자기의식이며 하나님의 인식은 인간의 자기인식이다. 당신은 인간의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을 인식하며 또 인간으로부터 인간의 하나님을 인식한다.
인간과 인간의 하나님은 하나이다. 인간에게 하나님인 것은 인간의 정신, 인간의 혼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내면이 드러난 것이며 인간의 자기가 표현된 것이다.
종교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추어진 보물이 엄숙하게 펼쳐진 것이며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사상이 고백된 것이며 인간의 사랑의 비밀이 공공연하게 고백된 것이다.> -『기독교의 본질』1841년.

이 책의 서문에서 그는 <"확실히 나의 저서는 부정적이며 파괴적이다. 그러나 주의하라! 나의 저서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것은 단지 종교의 비인간적인 본질에 대해서일 뿐, 종교의 인간적인 본질에 대해서가 아니다.>라고 분명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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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하나님, 영성, 불성... 좋은 성찰이다. Marx를 포함해 대부분의 당대의 유물론자들이 그렇지만 이들은 참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음이 느껴진다.

위의 글은 또한 어떤 면에서 유명한 심리학자인 칼 융(그는 신실한 카톨릭 신자였다)이 구약(舊約)의 욥서를 읽고 등장인물인 욥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대답을 주는 형식으로 쓰여진 ‘Answer to Job'이라는 책의 내용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추어진 보물이 "엄숙하게" 펼쳐진 것이며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사상이 고백된 것이며 인간의 사랑의 비밀이 공공연하게 고백된 것이다....
라는 그의 표현 중에 "엄숙하게"를 '우스꽝스럽게'로 바꾸면 더욱 좋을 것 같은 것이 나의 취향이기도 하다. ^^

예수나 부처도 기독교를 만들거나, 불교를 만들라고 말하지 않았건만... 나 밖의 신이 우주보편적이라면 어찌 자연 속에서 신의 말씀을 위한 종교적 행위가 오직 인간에게서만 보여지는 것일까...

- 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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