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풍성함

narre 2005. 11. 25. 12:18
한동안 불면증으로 그리 고생하더니, 요즘은 너무도 규칙적인 생활이라 신기하기까지 하다.
과외로 인한 피로 탓인가.
암튼 12시-2시 사이에 잠들어 여섯시간 수면을 취하면 절로 기상.

인터넷하는 시간을 많이 줄였더니, 그만큼 영화랑 (전공과는관계없는)책을 본다.
그만큼 공부하면 아니되나.

아, 그 많은 느낌과 생각들, 글로 남기어 함께 나누면 좋으련만, 귀찮고나 귀찮고나.


경험이 늘어날수록, 느낌도 풍성해진다.
설레임,기다림,사랑,섹스,편안함,이별,절망,집착,자유,해방...
강도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 훨씬 단조롭고 지루했을 것이다.
(단조롭고 지루한 삶은 단순하고 심심한 삶과 다르다.)

새로움은 언제나 인간을 유혹하지만, 그만큼의 두려움도 안겨준다.
그 두려움은 한 번 그 안으로 들어가면  돌아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즉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 같음에 대한 불안이다.
술, 담배, 사랑, 이별, 섹스 등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라면 물질적이든 감정적이든 결국엔 마찬가지 아닐까.
요는 그거다. 경험하되 그것에 머물지 않아 자유로울 것. 그리고 그건 스스로에 대한 신뢰에 바탕하는거겠지.
(살인 같은 경우는 예외다. 자유로워질 대상 자체가 사라지니까, 원칙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속죄하는 장면엔 꼭 죽은 이의 영혼이 나타난다.)

학문에서 새로운 앎이 주는 즐거움과, 삶에서 새로운 이해와 공감이 주는 즐거움은 결국 같은 것일진데,  학문에는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가, 삶에서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모순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