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narre 2006. 4. 10. 22:36
혼미스러운 상태에서 발표를 마침.
무슨 말을 한건지 잘 모르겠다.

내과에 가보았더니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장 기능 활성화하는 약을 처방해줬다.
살살 아픈게 오래가네. 내시경을 받아봐야 할지도.


붕붕 떠다니는 마음이 봄내음을 좇는다.
눈을 감고 좇아간 그곳은 높은 언덕이었고, 손에 잡힐 듯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비 갠 후의 맑은 하늘. 막 빨래를 마치고 널어놓은 것 같은 구름이 덩실덩실 걸려있는.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어느덧 선홍빛 일몰이 산등성이 사이로 사라지고,
구름 사이로 살짝 별이 비친다.
그래. 별, 그리고 우주. 무한한 우주.

그 무한함 속에 나는 존재하고 있구나.

그리고 새삼 깨닫는다.

반해있다는걸.

내가 지금 한 사람에게 반해있다는걸.
아니 어쩌면 백만스물한번째 반한 순간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새삼스레 반했단걸 깨닫고, 싱긋 웃으며 언덕을 내려온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