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

narre 2005. 1. 12. 15:01
오늘 니체를 보는데 이런 구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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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주의자들은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원하지 않을 때조차도 그 권력의지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으며 상황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이다. "허무주의는 아무 것도 의지(will)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를 의지하는 것이다"
허무주의는 '무의 의미' 혹은 '무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무화하려는 의지' 이다 허무주의가 "모든 것이 헛되다" 고 말할 때, 그때의 권력의지는 모든 창조적이고 생성적인 힘들의 능력을 박탈함으로써 허무주의를 지배적인 것으로 관철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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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일까? 그 지난했던 허무에서의 허덕임은 내가 무를 의지(will) 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는 늪에 빠져 허덕였던 것이 아니라
고무풀장에 수돗물 받아 놓고 혼자 덤벙거린거란 말인가?
일면 고개가 끄덕여 지면서도 미간이 모아지는 것을 막기 힘들다.

그건 나의 무능력 때문 아니었을까? '의미'란걸 발견해 낼 수 없었던
나의 무능력. 나의 닫혀 있는 구백구십구개의 눈 때문이 아니었던가?
나는 스스로 닫았던 것이 아니다. 단지 능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나는 '의미'를 의지(will)했다.
분명히! 분명히? 쳇, 역시 확신 할 수 없다.

아직 니체가 내 앞에서 달린다. 이 사람, 죽어서도 이렇게 빨리 달리다니 놀라울 뿐이다. 축지법? 환영술?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저 앞을 달린다. 잡았다고 생각한 건 언제나 그의 환영. 이제 슬슬 화가 나려한다. 물론 나에게.
기존의 해석으론 그의 축지법을 따라잡을 수 없다.
새로운 해석! 새로운 경공술! 오직 그것만이 웃으며 그를 앞지르거나
적어도 그와 나란히 다른 길을 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그는 내가 앞지르길 바란다. 그의 경공술은 본질이 그러하다.
솔직한 오만.

2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