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Y
narre
2006. 5. 23. 17:29
오랜만에 Y가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몇 개월만인지..
학부시절, 과에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도 않는, 또 그렇다고 아주 잘 노는 것도 아니라서 여기저기 부유하며 방황하는 변방인들이 몇이 있었다. 나름 철학적인 고민도 많고, 인문학 책도 이리저리 보고, 신문사니 정치학술 동아리 등등을 떠돌며 인생의 갈피를 못 잡던 치들이 그들이었다. Y와 나도 그 축에 속해서 나름 이야기가 잘 통했기 때문에, 한 때는 줄창 붙어지내던 적이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부산에 있는 집에서 숙박을 한 유일한 이가 바로 Y인 것도 같다.
아직도 가끔 어무이가 언급하곤 한다.
하도 허물이 없고 싹싹해서 어딜가도 아줌마들이 밥 퍼 줄 타입이라고.
물론 이렇게 허물없고 싹싹한게 Y의 본모습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당시 Y는 헤세의 소설을 상당히 좋아했는데(때문에 우리가 친해졌지), 마치 수레바퀴 아래에서-> 데미안 -> 황야의 이리 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차례로 밟아가듯,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라고 입에 달고 다녔고, 그 말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늑대의 삶을 사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고독하기도 해서 눈빛에는 언제나 어떤식의 외로움 같은 것이 묻어나왔다. 그러고보니 그에게 좋아하는 냄새가 뭐냐고 묻자 '살내음'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스킨쉽을 좋아하고 킁킁대며 살냄새를 맡고 그랬다. 아휴.
그러다 내가 동아리에 들어가고, 고민의 범위가 조금 달라지면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IT기업에 병역특례를 가게 되고, 나는 환경대학원에 들어오고 등등등. 그리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다 가끔 메신저로 이야길 들었는데, 연애를 한다고 했다. 모난 데가 많아서 연애하기 힘들다던 그가 연애를 하다니. 것도 아주 끈끈하게.
병역특례를 마치고 학부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진학했고, 연애도 여전히 잘 하고, 어울리지 않게 연애라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길 하고, 그렇게 잘 사는 듯하더만. 둥글게 둥글게.
갑자기 오늘 말을 건다. 헤어졌다네.
자기는 쿨한 줄 알았는데, 아니랜다.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힘이 들고.
상대는 헤어진 관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태도라고.
이제 적당히 모난 곳 감추는 법도 잘 알아서 소개팅도 잘 한다고.
그러면서 논문이 끝나면 한 번 보잰다.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덧붙인다.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논문에 들어갈 덴마크의 바이오가스 정책을 열심히 정리하다가, 그 말에 문득 쓸쓸해진다.
인간관계란 뭘까. Y의 말에 따르면, 유난히 참조인자가 많은 이상한 함수라는 인간관계.
정보교환이 없으면 멀어지다가, 또 생각나고, 다시 친해지기도 하고, 또 멀어지고 뭐 그런.
논문 끝나고 '꼭' 보자고 그랬다.
자기는 쿨 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Y의 말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서 원래 쿨한 사람 같은 건 없다고. 어떤식의 관계가 어떤식의 핫함과 쿨함을 만들 뿐이라고.
그리고 그 관계가 헤어질 때 쿨함과 핫함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쿨함이 관계를 규정하기 보단, 관계가 쿨함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여튼, 오랜만에 Y와 이야길 나누니 Y며, M이며 함께 어울려서 칵테일을 마시고 삶이니 존재니 떠들어대던 지난 날들이 생각난다고. 뭐 그렇고 그런 나날들.
학부시절, 과에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도 않는, 또 그렇다고 아주 잘 노는 것도 아니라서 여기저기 부유하며 방황하는 변방인들이 몇이 있었다. 나름 철학적인 고민도 많고, 인문학 책도 이리저리 보고, 신문사니 정치학술 동아리 등등을 떠돌며 인생의 갈피를 못 잡던 치들이 그들이었다. Y와 나도 그 축에 속해서 나름 이야기가 잘 통했기 때문에, 한 때는 줄창 붙어지내던 적이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부산에 있는 집에서 숙박을 한 유일한 이가 바로 Y인 것도 같다.
아직도 가끔 어무이가 언급하곤 한다.
하도 허물이 없고 싹싹해서 어딜가도 아줌마들이 밥 퍼 줄 타입이라고.
물론 이렇게 허물없고 싹싹한게 Y의 본모습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당시 Y는 헤세의 소설을 상당히 좋아했는데(때문에 우리가 친해졌지), 마치 수레바퀴 아래에서-> 데미안 -> 황야의 이리 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차례로 밟아가듯,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라고 입에 달고 다녔고, 그 말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늑대의 삶을 사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고독하기도 해서 눈빛에는 언제나 어떤식의 외로움 같은 것이 묻어나왔다. 그러고보니 그에게 좋아하는 냄새가 뭐냐고 묻자 '살내음'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스킨쉽을 좋아하고 킁킁대며 살냄새를 맡고 그랬다. 아휴.
그러다 내가 동아리에 들어가고, 고민의 범위가 조금 달라지면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IT기업에 병역특례를 가게 되고, 나는 환경대학원에 들어오고 등등등. 그리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다 가끔 메신저로 이야길 들었는데, 연애를 한다고 했다. 모난 데가 많아서 연애하기 힘들다던 그가 연애를 하다니. 것도 아주 끈끈하게.
병역특례를 마치고 학부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진학했고, 연애도 여전히 잘 하고, 어울리지 않게 연애라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길 하고, 그렇게 잘 사는 듯하더만. 둥글게 둥글게.
갑자기 오늘 말을 건다. 헤어졌다네.
자기는 쿨한 줄 알았는데, 아니랜다.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힘이 들고.
상대는 헤어진 관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태도라고.
이제 적당히 모난 곳 감추는 법도 잘 알아서 소개팅도 잘 한다고.
그러면서 논문이 끝나면 한 번 보잰다.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덧붙인다.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논문에 들어갈 덴마크의 바이오가스 정책을 열심히 정리하다가, 그 말에 문득 쓸쓸해진다.
인간관계란 뭘까. Y의 말에 따르면, 유난히 참조인자가 많은 이상한 함수라는 인간관계.
정보교환이 없으면 멀어지다가, 또 생각나고, 다시 친해지기도 하고, 또 멀어지고 뭐 그런.
논문 끝나고 '꼭' 보자고 그랬다.
자기는 쿨 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Y의 말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서 원래 쿨한 사람 같은 건 없다고. 어떤식의 관계가 어떤식의 핫함과 쿨함을 만들 뿐이라고.
그리고 그 관계가 헤어질 때 쿨함과 핫함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쿨함이 관계를 규정하기 보단, 관계가 쿨함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여튼, 오랜만에 Y와 이야길 나누니 Y며, M이며 함께 어울려서 칵테일을 마시고 삶이니 존재니 떠들어대던 지난 날들이 생각난다고. 뭐 그렇고 그런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