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씩 나이 먹어가면서 즐거운 것 중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강박'이 하나씩 줄어드는거다.
가령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내가 선택한 사람들만 만나면 된다, 굳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수많은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역량도 없다, 는 식의 강박이 있었다. 가족과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했고.(오히려 그런 부분으로 후엔 더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사교성 있어보이는 겉성격과는 다르게, 꽤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했었고, 새로운 관계와 일회성 만남을 극도로 피해왔었다. '극도로'로 표현되는 것이 다 그렇듯, 좋아서 취했던 행동도 도가 지나치면 스스로에게 과부하가 걸리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종의 대인기피증 비슷한 것도 있었고, 자기세계로 숨어버리는 것도 있었고. 스스로 만든 허상의 안전함에 취해있기도 했고.
지금 살펴보면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침해받고 싶지 않은 나만의 무엇, 이란건 실은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한 자의식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인데, 자연스러운 소통과 흐름이 차단됨으로써 오히려 썩고 부패할 수 있는 것을 말로만 받아들였던 탓일게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나의 통제하에 안전하고 완벽하게 있어야 한단 강박.
그 안의 모든 변화는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
안다고 안다고 외치지만 항상 새롭게 깨어지면서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게되는 나의 오만.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오롯한 개체성을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또한 흐르고 투명하며 막힘이 없는 것.
바다 속을 유영하는 해파리가 바다가 아니라 해파리인 이유.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자연스럽게 겸손이 배어나올 수 있음을.
싫고, 왠지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한 바로 그 부분에 새로운 깨달음이 있는 것 같다.
뭐랄까, 예전엔 이런 생각하면 이런 깨달음의 끝 지점이 비옥한 농지로 가득찬 전원풍경처럼 밋밋하고 심심할꺼라 생각했는데, 그런 경지는 그저 이상일 뿐이고 현실에선 아무리 정진해도 결코 도달하지 않을 지점이란 생각이 든다.
그니까 맘놓고 새롭게 깨닫고, 스스로 돌아보고, 사랑하고, 행복해져도, 그 과정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을뿐, 완벽함에서 오는 심심함은 없지 않을까 싶다.
영원하려고 하면 순간이고, 순간이려 하면 영원이고, 하나이려 하면 하나가 되지 못하고, 둘이려 하면 어느새 하나이고.
나이 드는게 즐겁다.
가령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내가 선택한 사람들만 만나면 된다, 굳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수많은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역량도 없다, 는 식의 강박이 있었다. 가족과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했고.(오히려 그런 부분으로 후엔 더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사교성 있어보이는 겉성격과는 다르게, 꽤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했었고, 새로운 관계와 일회성 만남을 극도로 피해왔었다. '극도로'로 표현되는 것이 다 그렇듯, 좋아서 취했던 행동도 도가 지나치면 스스로에게 과부하가 걸리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종의 대인기피증 비슷한 것도 있었고, 자기세계로 숨어버리는 것도 있었고. 스스로 만든 허상의 안전함에 취해있기도 했고.
지금 살펴보면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침해받고 싶지 않은 나만의 무엇, 이란건 실은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한 자의식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인데, 자연스러운 소통과 흐름이 차단됨으로써 오히려 썩고 부패할 수 있는 것을 말로만 받아들였던 탓일게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나의 통제하에 안전하고 완벽하게 있어야 한단 강박.
그 안의 모든 변화는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
안다고 안다고 외치지만 항상 새롭게 깨어지면서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게되는 나의 오만.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오롯한 개체성을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또한 흐르고 투명하며 막힘이 없는 것.
바다 속을 유영하는 해파리가 바다가 아니라 해파리인 이유.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자연스럽게 겸손이 배어나올 수 있음을.
싫고, 왠지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한 바로 그 부분에 새로운 깨달음이 있는 것 같다.
뭐랄까, 예전엔 이런 생각하면 이런 깨달음의 끝 지점이 비옥한 농지로 가득찬 전원풍경처럼 밋밋하고 심심할꺼라 생각했는데, 그런 경지는 그저 이상일 뿐이고 현실에선 아무리 정진해도 결코 도달하지 않을 지점이란 생각이 든다.
그니까 맘놓고 새롭게 깨닫고, 스스로 돌아보고, 사랑하고, 행복해져도, 그 과정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을뿐, 완벽함에서 오는 심심함은 없지 않을까 싶다.
영원하려고 하면 순간이고, 순간이려 하면 영원이고, 하나이려 하면 하나가 되지 못하고, 둘이려 하면 어느새 하나이고.
나이 드는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