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2005. 12. 30. 11:22 |
'결국엔' 이라는 표현은 문제를 단순화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쓰는 표현이다.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통채로 품고가지 못할때, (여러가지 이유로) 그만한 역량이 되지 않을 때 '결국엔 그런거지'라는 식으로 정리해서 수용한다. 요지를 잘 정리하여 핵심을 찌르기보단, 스스로에게 수용가능한 단순화 작업에 쓰일 때가 보다 많다.

많은 경우 이를 알면서도 '결국엔' 이라는 표현을 쓴다. (글로든, 말로든, 마음 속으로든)
이 표현 밑바닥엔 그렇게 하고픈 굉장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의식을 지키려는 욕구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로 문제를 재구성해서 받아들인다.
그렇게 정리된 '결국엔' 중 일부는 담론화되어 스스로 힘을 가진다.
이때 A문제는 결국엔 B다는 명제는, A문제의 본질을 말하는 문장으로 사회적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실은 본질이 아니라 작은 동일성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걸 원한다. 나도, 당신도, 그들도.
그래서 그것은 진리가 된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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