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바람이 굉장히 좋은 날이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원고만 쓰고 있기엔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원고의 한 부분을 마무리하고는 소설을 챙겨들고 산책을 나섰다. 입이 심심해서 하나에 사백원이나 하는 껍질이 얇은 귤을 다섯개 사들고, 연구실 근처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벤치 곁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왕벚꽃나무가 있어서,무성한 잎으로 책이 드문드문 가려질 정도의 딱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잔물결처럼 찰랑거리며 햇빛에 산란되어 은하수처럼 빛났고, 길 가에는 인적이 드물어 빛과 바람만이 공간을 메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은 굉장히 재미가 있어서, 아껴본다고 애썼는데도 이제 단편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늘도 책에 흠뻑 빠져서 단편 하나를 금새 읽어치우고는, 다음의 즐거움을 위해 아쉬움을 참으며 살며시 책장을 덮었다. 책을 덮었는데도 연구실로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그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숨쉬기 같은)만을 하며 가만히 광합성을 즐겼다. 생각은 하지않고, 느낌은 그저 받아들일 뿐, 판단하거나 인식하려 하지 않은 상태로 멍하게. 식물처럼.
균형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즐거울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일까.
열정에 의해서든, 의무감 때문이든, 무언가가 생활의 전부가 되었을 때는 결국엔 지치고 많다. 인식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부턴가 마이너스 주머니에 돌이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엔 털썩하고 그것을 놓아버리고 만다.
털썩.
쿵.
하는 허탈한 소리와 함께 '그 무언가'가 떨어져버리면 '그 무언가'는 부서지거나 깨어지거나 녹아버린다. 어떤식으로든 돌이킬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곤 단절. 도피. 상처. 솰라솰라 이어지는 슬픔의 순간들이 있다.
주머니에 돌이 쌓이지 않는,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그런 균형점은 어딜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천 앞바다 파도 위의 사이다병처럼 둥실둥실 진동하는 그런 균형점.
방향성, 태도, 습관 등등으로 구성될.
편안하고, 즐겁고, 깨어있는, 어쩌면 오늘의 광합성 같은, 뭐 그런 거, 이지 않을까.
아씨, 또 바람분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 뭐 이정도면 내 몸을 맡길만 하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바람이 분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원고만 쓰고 있기엔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원고의 한 부분을 마무리하고는 소설을 챙겨들고 산책을 나섰다. 입이 심심해서 하나에 사백원이나 하는 껍질이 얇은 귤을 다섯개 사들고, 연구실 근처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벤치 곁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왕벚꽃나무가 있어서,무성한 잎으로 책이 드문드문 가려질 정도의 딱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잔물결처럼 찰랑거리며 햇빛에 산란되어 은하수처럼 빛났고, 길 가에는 인적이 드물어 빛과 바람만이 공간을 메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은 굉장히 재미가 있어서, 아껴본다고 애썼는데도 이제 단편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늘도 책에 흠뻑 빠져서 단편 하나를 금새 읽어치우고는, 다음의 즐거움을 위해 아쉬움을 참으며 살며시 책장을 덮었다. 책을 덮었는데도 연구실로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그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숨쉬기 같은)만을 하며 가만히 광합성을 즐겼다. 생각은 하지않고, 느낌은 그저 받아들일 뿐, 판단하거나 인식하려 하지 않은 상태로 멍하게. 식물처럼.
균형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즐거울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일까.
열정에 의해서든, 의무감 때문이든, 무언가가 생활의 전부가 되었을 때는 결국엔 지치고 많다. 인식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부턴가 마이너스 주머니에 돌이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엔 털썩하고 그것을 놓아버리고 만다.
털썩.
쿵.
하는 허탈한 소리와 함께 '그 무언가'가 떨어져버리면 '그 무언가'는 부서지거나 깨어지거나 녹아버린다. 어떤식으로든 돌이킬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곤 단절. 도피. 상처. 솰라솰라 이어지는 슬픔의 순간들이 있다.
주머니에 돌이 쌓이지 않는,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그런 균형점은 어딜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천 앞바다 파도 위의 사이다병처럼 둥실둥실 진동하는 그런 균형점.
방향성, 태도, 습관 등등으로 구성될.
편안하고, 즐겁고, 깨어있는, 어쩌면 오늘의 광합성 같은, 뭐 그런 거, 이지 않을까.
아씨, 또 바람분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 뭐 이정도면 내 몸을 맡길만 하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