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놈

일기 2006. 2. 19. 19:14 |
어제 미나랑 이야기하다가, 나쁜놈이란 소릴 들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많았던 것 같다. -_-

음...

각 상황들의 공통점이 뭘까.
하나씩 떠올려보니, 내가 관계의 단절을 요구하는 순간, 돌아온 반응이 '나쁜놈''나쁜 자식'인 것 같다.
상대들은 내 감정 여부에 따라 나를 욕하진 않았다.
관계가, 감정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 조차 부여하지 않았을 때 나를 욕했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 것 같아, 억울하지도 않다.

그럼 나는 왜 단절을 원할까.

상대에 대한 감정 여부에 관계없이, 이성관계에서 기본적으로 내가 유지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걸 유지하는데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꽤 쏟기 때문에, 그렇게 끌리지 않는 관계에서 상대가 무언갈 요구할 경우, 나는 그 관계가 차라리 단절되길 원하는 것 같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주변 상황, 관계들을 견딜 수 없는 것 같다.

내 감정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용기가 없는건가.
(특히 나에게 어느정도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대상의 경우)

역설적으로 관계의 영원성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는 건 오히려 나일지도.
(교우관계를 1단계,2단계,3단계 등으로 나눈다면, 나는 1단계 외에는 거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만큼 만나는 사람 수도 적다. 깊고 오래가지 않을 관계에서 만족하는 부분이 별로 없는 거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적당한 관계들에 대해서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누구에게나 좋은 아이로 비춰지길 원하는, 그렇지 않은 경우 맘 상해하는)가 있고, 이성관계에서는 나쁜놈 컴플렉스가 있는 듯.

정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컴플렉스가 실은, 같은 원인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이 재밌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에 대해 관리하고 싶은데 드는 에너지,
착한 아이 컴플렉스는 에너지를 들이면서 나타나는거고,
나쁜놈 컴플렉스는 그게 한계치를 넘어설 때 나타나는거고.
(따라서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무심하면 두 컴플렉스 모두 존재할 이유가 없다)

둘 모두, 3,4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들었으니
뭐, 조금씩 지 편한대로 변하고 있긴 한 것 같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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