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옥상이 온통 눈밭이다.
밤부터 천둥번개가 치길래 비인줄 알았기에,
우중충 센티멘털한 하늘을 기대하고 문을 열었건만,
새하얀 세상이 갑자기 달려들어서 덜컥 놀라고 말았다.
문 앞의 눈을 어떻게 치우나,
눈사람을 만들면서 눈덩이를 굴리다보면 자연 정리가 되는데,
그러자니 손시리고 발시리고 뜨끈한 방바닥이 그리울 것만 같고,
에라 모르겠다 방바닥을 뒹굴거리다보니 어느새 눈이 녹아버렸다.
덕분에 외출은 편해졌지만, 어찌못할 아쉬움은 왜일까.
어제는 오랜만에 학교엘 들렀다.
반가운 얼굴들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지만,
어쩐지 예전만큼 살갑게 다가갈 수 없는건,
반 년간의 공백 때문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 폭폭이 쌓여있던 정들도, 마음 씀씀이도,
그렇게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눈처럼 녹아버릴까 두렵다.
옛 선비들 우정 나누는 꼴을 살펴보면,
한 달 남짓 걸리는 편지질에도 마음이 식질 않고,
수 년에 한 번 나누는 술자리에도 진득한 교류가 여전하더만은
요즘은 어찌 그리하기가 수업지 않은걸까.
날이 좀 풀리고, 옥상 작은 밭에 상추라도 심을 수 있게되면,
평상 하나 만들어서, 친구들 불러놓고 삼겹살이라도 나누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