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린과 설아, 반찬
일기 2005. 10. 19. 23:51 |낮엔 오랜만에 대린을 만났다.
전부터 여자친구랑 오면 사진 찍어주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해놓은지라, 보고프다며 오늘 학교 방문한다는 대린의 문자에 나는 사진기부터 챙기고 보았다. 서둘러 연구실을 나와 다향만당에서 빛 좋은 자리를 골라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저쪽에서 선남선녀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눈이 부시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몇 달 전 만난 대린은 군문제, 진로문제 등등으로 표정이 안쓰러울만큼 어두워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문제가 모두 잘 해결되고, 이 호남을 거뜬히 감당할만한 여자친구까지 데불고 멀리 친구 보러 와주었으니(물론 본디 목적은 도서관이었지만-_-)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나는 기꺼이 순종하는 마음으로 전담 사진사가 되어 둘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니 두 사람 참 이쁘다.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대린의 예의 그 곁눈질이 줄어든 것도 참 기분이 좋다.
찰칵. 찰칵.
이 뻔뻔한 커플은 요구사항도 많다.
사진은 오늘 내로 올려라는 둥(디카도 아닌데 -_-), 나중에 설아씨 졸전에 와서 사진을 찍어라는 둥, 대충 실내사진 찍었으면 나가서 찍자는 둥, 결혼식 사진이 어떻고저떻다는 둥.... 근데 어쩌나. 둘이서 짝짝궁 맞춰가며 그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끄덕 하였으니. 쩝.
이쯤되면 사진을 핑계로 보고픔을 해소하러 온건지,
보고픔을 핑계로 사진을 찍으러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한 롤(그래봐야 12컷이지만)을 다 찍고, 그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고, 다시 한 시간만에 찾고 나서야 나는 겨우 다음 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무서운 사람들. -_-
그치만, 그렇게 편안한 모습의 대린은 오랜만이었어. 진짜.
행복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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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선에서 구호물품 떨어지듯, 집에서 보낸 반찬이 도착했다.
박스에서 상륙하는 그 모습, 어찌나 위풍당당하던지.
덕분에 저녁은 맛나게. (어무이 감사합니더~ 요즘 김치가 금치라던데.)
갈수록 흰 쌀밥이 제일 좋아져서 큰 일이로다. 밥돌이 밥돌이.
몸은 바쁜데, 하는건 별로 없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