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홀랜드 드라이브

2012. 4. 16. 00:30 |

 

 

2010년 즈음,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1세기의 첫 10년간 최고의 영화 10편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1위였다. 왠지 이름도 낯익고, 포스터도 많이 본 것 같아서, 예전에 본 영화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케이블 TV에서 스쳐가는 장면으로도 본 적이 없는 영화였다. 게다가 나는 여지껏 이 영화가 <델마와 루이스> 같은 로드무비인 줄만 알고 있었으니... 영화가 시작되고 한 동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사고가 나고, 사람이 죽는 장면부터 좀 수상하다 싶더니, 어느 순간 괴인이 담장 뒤에서 등장할 때는 심장마비에 걸릴 뻔 했다. 아, 스릴러물이였군. 하고 그제서야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영화는 좋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그녀를 쫓는 거대한 세력에 마음을 뺏기게 하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치고 들어온다.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 작은 단서들을 통해 열심히 추리하게 만드는데, 그 재미가 꽤 쏠쏠하다. 다만 두 번만 꼬았으면 좋았을텐데, 세 번 정도 꼬아 놓으면서, 후반부에는 당황해하며 전개를 놓치고 말았다.

 

나오미 왓츠와 로라 해링의 연기는 훌륭했는데, 그래도 환상 속에서의 캐릭터와 연기가 선입견처럼 박혀서인지, 현실에서의 캐릭터와 연기는 왠지 어색함이 있었다.

 

데이빗 린치 감독은 분명 훌륭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론 <메멘토>나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런 쪽이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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