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서울까지 8시간 운전. 옆좌석엔 아버지.
아직 어설픈 내 운전실력을 핑계로, 혼자는 못 보내겠다며 서울까지 함께 올라 오시고는 아들집에서 하루 묵지도 않으시고 부산행 KTX에 몸을 싣는 그 마음에, 나는 여느 때처럼 몸둘바를 모른다. 유년기에도 그랬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 예상을 뛰어넘는 정성과 사랑을 자식들에게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나는,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 집중하고, 홀로됨을 즐기고, 타인과의 관계만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점점 더 커져가는 그런 인간이 되었다. 우물 속으로 침잠하는 시간은 늘고, 내 고민의 주제와 언제나 거리가 있는 관심, 가장 대표적으로는 가족들의 관심, 그 관계는 부담스러운 것이 되어갔다.

다행인 것은, 10 여년에 걸쳐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차 홀로 침잠하는 것과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게 된 것인데, 이런 밸런스가 생긴 이후로 덩달아 사람다운 감정들도 생겨난 것 같다. 가령, 여전히 나는 누군가와의 추억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지내지만, 그래도 지인들에 대한 '그리움'이란 감정은 묘하게 생겨나서 가끔은 사람들이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예전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정말 즐겁지만, 함께하지 못하게 되면 그건 또 그런대로 즐거운 나만의, 혹은 다른 이들과의 시간, 그 뿐이었다.

아직 잘 정리는 되지 않지만, 여하튼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대한 나의 양극단과, 서서히 찾아가는 밸런스에는, '아버지'와 '연애' 두가지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하고, 아직은 그저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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