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금같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밖으로 나들이간 기억은 고향갔던 기억밖에 없음에 충격을 받고 간단하게나마 여행을 떠났다.
부석사는 고려시대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이 있는 절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경숙의 동명의 단편소설 이미지가 강하다. 소설 전반을 관통하던 부석사의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 다시 한 번 읽고 가고 싶었지만 빌려 읽었던 책이라 수중에 없음을 아쉬워하며 대신 부석사에 대한 자료를 뒤적거리며 공부를 했다. 여행에 있어 즉흥적인 감상도 무시할 수 없는 큰 부분이지만 아는만큼 보인다는 옛말처럼 사전 지식과 관심이 없는 무작정 여행에서 그 장소 자체를 제대로 감상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건축가들이 가장 뛰어난 한국의 건축물로 뽑는 부석사를 한 두시간에 공부하기는 힘든 법, 나는 대략의 이미지만 가지고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부석사는 청량리서 세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풍기역(학생할인 약8000원)에서 한 시간에 두어 번 있는 버스(2100원)를 타고 삼십분 쯤 가야하는 거리에 있다. 풍기는 역에서 내리면 온통 인삼가게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삼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농협마저 '풍기인삼농협'일 정도로 -_- 여기서 어슬렁거리다 참으로 한적한 버스를 타고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영주로 접어드는데 영주는 사과로 유명한만큼 길가엔 수많은 사과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겨울의 과수원들이란 조금은 삭막하기 마련인데 이것도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니 내 눈에는 힘겨운 생산의 계절을 끝내고 소복한 축복하에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더라. 여튼 바깥의 풍경이 도시 생활에 물든 아해에겐 심심친 않으니 삼십분이 그리 아깝진 않은 듯.
버스는 부석사 입구에서 정차하는데 이곳은 몇 곳의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음식점서에는 산채정식과 비빔밥을 5.6000천원에 팔고 있는데 집에선 쉽게 먹지 않는 십여종의 산나물을 조금씩 먹어보면 절 여행의 맛을 더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인근의 아주머니들께서 행상을 펼쳐놓으시고는 사과등을 파시는데 이 사과가 꽤나 맛있어서 집에 가는 길에 조금 사들고 올라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1200원하는 입장권을 끊으면 한적한 산길이 윗쪽으로 쭈욱 펼쳐지는데 서울서는 보기 힘든 양쪽으로 가로수가 늘어선 흙길이니 새벽예불 드리러오면서 사진찍기 딱이겠더라. 오랜만의 차분한 사념에 잠겨 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에 젓가락처럼 긴 돌덩이 두개가 솟아 있는데 이것이 의상대사가 화엄사상을 전파하기위해 세운 화엄사찰의 깃발이 나부꼈던 당간지주라 한다. 이를 조금 지나면 부석사의 대문이랄수 있는 천왕문이 오롯이 서있는데 이 때부터 부석사의 대표적인 특징인 석단이 나타난다. 부석사는 아래부터 위로 오르면서 각 건축물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여러설이 있지만) 화엄사상에 따른 구조이며 이를 연결하는 각 석단들은 그 한 단 한 단이 극락과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석단을 오르다보면 깨달음 까진 아니더라도 적절하게 쌓은 높이로 인해 다음에 무엇이 나타날 것인지 기대하도록 만들게 되니 그 건축의 오묘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천왕문을 지나면 좌우에 삼층석탑이 하나씩 서 있고 약수터가 하나 있는데 여기서 먼 길 오는 동안 말라갔던 목을 축이고 나면 그 시원함이 온몸을 적시는 듯 하다. 물 한 모금 가득 마시고 또 한 층 올라서면 이번엔 범종루가 나타나는데 그 처마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평지를 바라보는 형세를 취하고 있어 건축용어는 모를지라도 그 단아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범종루를 지나 또 한 번 석단을 오르면 드디어 극락정토를 뜻하는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나타난다. 각종 사진촬영이 많기로도 유명한 이곳은 오늘도 어느 방송사에선지 사진기와 캠코더, 컴퓨터까지 들고와서는 촬영과 편집을 하고 있었다. 무량수전 안에는 아미타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예불을 드리려다 그냥 머쓱해져서는 전형적 관광객처럼 두리번 거리다 나왔다. 무량수전 오른쪽으로는 조금 험난한 산길이 나있는데 이를 따라 오르면 지인당과 조사당으로 이어진다. 특히 조사당에는 어느 고승이 지팡이를 꽂았더니 잎이 돋고 뿌리가 생겨 자랐다는 모 나무가 빽빽한 철조망속에 둘러싸여 있으니 힘든 다리 두드려가며 오른 보람은 있을 듯 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안양루에 올라 유명한 절경을 감상하지 못 한 점이다. 김삿갓이 '평생에 이런 경치 몇 번이나 볼 것인가'라고 읊을 정도로(그 시가 안양루에 걸려 있다고 한다) 멋진 절경이라는데 왠지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밀려 근처에서 구경만 하고 말았다. 하지만 조사당으로 오르는 산길에서 바라보는 산하도 멋들어졌는데 해가 바로 앞의 산 뒤로 넘어가니 일몰 사진도 괜찮게 나올 듯 했다. (이것 역시 시간 관계상 찍지 못 했다 -_-)
빠듯한(사실 그리 빠듯하진 않았는데 마음이 좀 급했나) 일정에 아쉬워하며 천왕문에 등을 돌리니 이제서야 떨어지기 시작하는 해가 사극에나 나옴직한 붉은 빛을 비췄다. 한 번의 방문으로 그치기엔 조금 아쉬웠던 부석사... 동절기라 물부족으로 숙박은 불가능하다던데 날이 좀 풀리면 느긋하게 홀로 방문하여 하룻밤 산사에서 잠을 청한후 새벽예불을 드려봐야 겠다고 마음을 달래본다.
20030205
부석사는 고려시대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이 있는 절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경숙의 동명의 단편소설 이미지가 강하다. 소설 전반을 관통하던 부석사의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 다시 한 번 읽고 가고 싶었지만 빌려 읽었던 책이라 수중에 없음을 아쉬워하며 대신 부석사에 대한 자료를 뒤적거리며 공부를 했다. 여행에 있어 즉흥적인 감상도 무시할 수 없는 큰 부분이지만 아는만큼 보인다는 옛말처럼 사전 지식과 관심이 없는 무작정 여행에서 그 장소 자체를 제대로 감상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건축가들이 가장 뛰어난 한국의 건축물로 뽑는 부석사를 한 두시간에 공부하기는 힘든 법, 나는 대략의 이미지만 가지고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부석사는 청량리서 세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풍기역(학생할인 약8000원)에서 한 시간에 두어 번 있는 버스(2100원)를 타고 삼십분 쯤 가야하는 거리에 있다. 풍기는 역에서 내리면 온통 인삼가게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삼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농협마저 '풍기인삼농협'일 정도로 -_- 여기서 어슬렁거리다 참으로 한적한 버스를 타고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영주로 접어드는데 영주는 사과로 유명한만큼 길가엔 수많은 사과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겨울의 과수원들이란 조금은 삭막하기 마련인데 이것도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니 내 눈에는 힘겨운 생산의 계절을 끝내고 소복한 축복하에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더라. 여튼 바깥의 풍경이 도시 생활에 물든 아해에겐 심심친 않으니 삼십분이 그리 아깝진 않은 듯.
버스는 부석사 입구에서 정차하는데 이곳은 몇 곳의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음식점서에는 산채정식과 비빔밥을 5.6000천원에 팔고 있는데 집에선 쉽게 먹지 않는 십여종의 산나물을 조금씩 먹어보면 절 여행의 맛을 더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인근의 아주머니들께서 행상을 펼쳐놓으시고는 사과등을 파시는데 이 사과가 꽤나 맛있어서 집에 가는 길에 조금 사들고 올라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1200원하는 입장권을 끊으면 한적한 산길이 윗쪽으로 쭈욱 펼쳐지는데 서울서는 보기 힘든 양쪽으로 가로수가 늘어선 흙길이니 새벽예불 드리러오면서 사진찍기 딱이겠더라. 오랜만의 차분한 사념에 잠겨 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에 젓가락처럼 긴 돌덩이 두개가 솟아 있는데 이것이 의상대사가 화엄사상을 전파하기위해 세운 화엄사찰의 깃발이 나부꼈던 당간지주라 한다. 이를 조금 지나면 부석사의 대문이랄수 있는 천왕문이 오롯이 서있는데 이 때부터 부석사의 대표적인 특징인 석단이 나타난다. 부석사는 아래부터 위로 오르면서 각 건축물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여러설이 있지만) 화엄사상에 따른 구조이며 이를 연결하는 각 석단들은 그 한 단 한 단이 극락과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석단을 오르다보면 깨달음 까진 아니더라도 적절하게 쌓은 높이로 인해 다음에 무엇이 나타날 것인지 기대하도록 만들게 되니 그 건축의 오묘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천왕문을 지나면 좌우에 삼층석탑이 하나씩 서 있고 약수터가 하나 있는데 여기서 먼 길 오는 동안 말라갔던 목을 축이고 나면 그 시원함이 온몸을 적시는 듯 하다. 물 한 모금 가득 마시고 또 한 층 올라서면 이번엔 범종루가 나타나는데 그 처마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평지를 바라보는 형세를 취하고 있어 건축용어는 모를지라도 그 단아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범종루를 지나 또 한 번 석단을 오르면 드디어 극락정토를 뜻하는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나타난다. 각종 사진촬영이 많기로도 유명한 이곳은 오늘도 어느 방송사에선지 사진기와 캠코더, 컴퓨터까지 들고와서는 촬영과 편집을 하고 있었다. 무량수전 안에는 아미타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예불을 드리려다 그냥 머쓱해져서는 전형적 관광객처럼 두리번 거리다 나왔다. 무량수전 오른쪽으로는 조금 험난한 산길이 나있는데 이를 따라 오르면 지인당과 조사당으로 이어진다. 특히 조사당에는 어느 고승이 지팡이를 꽂았더니 잎이 돋고 뿌리가 생겨 자랐다는 모 나무가 빽빽한 철조망속에 둘러싸여 있으니 힘든 다리 두드려가며 오른 보람은 있을 듯 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안양루에 올라 유명한 절경을 감상하지 못 한 점이다. 김삿갓이 '평생에 이런 경치 몇 번이나 볼 것인가'라고 읊을 정도로(그 시가 안양루에 걸려 있다고 한다) 멋진 절경이라는데 왠지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밀려 근처에서 구경만 하고 말았다. 하지만 조사당으로 오르는 산길에서 바라보는 산하도 멋들어졌는데 해가 바로 앞의 산 뒤로 넘어가니 일몰 사진도 괜찮게 나올 듯 했다. (이것 역시 시간 관계상 찍지 못 했다 -_-)
빠듯한(사실 그리 빠듯하진 않았는데 마음이 좀 급했나) 일정에 아쉬워하며 천왕문에 등을 돌리니 이제서야 떨어지기 시작하는 해가 사극에나 나옴직한 붉은 빛을 비췄다. 한 번의 방문으로 그치기엔 조금 아쉬웠던 부석사... 동절기라 물부족으로 숙박은 불가능하다던데 날이 좀 풀리면 느긋하게 홀로 방문하여 하룻밤 산사에서 잠을 청한후 새벽예불을 드려봐야 겠다고 마음을 달래본다.
200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