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은 시간의 한순간을 간직하여 그것이 다음에 밀려드는 순간들에 의해 지워지는 것을 막는다. 그 점에서 사진을 기억 속에 저장된 이미지와 비교할 수 있다. 근본적인 차이라면 기억된 이미지가 연속된 경험의 찌꺼기인데 반해 사진은 어떤 단절된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인용해 오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의미는 순간적인 것이 아니다. 의미는 연결하는 데서 발견되며 전개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줄거리 없이, 펼쳐짐 없이 의미란 있을 수 없다. 사실과 정보는 저절로 의미를 이루지 못한다. 사실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계산을 위한 요소로 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컴퓨터에선 절대로 의미가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할 때 그 의미는 알려진 것에 대한 반응일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미와 수수께끼는 불가분의 것이며 둘다 시간의 흐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확실성은 순간적일 수 있고, 의심은 지속을 필요로 하며, 의미는 이 둘로부터 생겨난다. 사진에 찍힌 순간은 보는 이가 그 순간 속으로 지속을 읽어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사진에서 의미를 찾아낼 때 우리는 이미 그 위에 과거와 현재를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존버거.장모르, 말하기의 다른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