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말

2006. 6. 28. 00:06 |
내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구태여 카메라를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루이스 하인

마르세이유로 갔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혼자 이리저리 다니면서 즐겁게 일을 할 수 가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라이카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때 이후로 그 카메라는 나의 시야를 넓혀 주었고 또 내곁을 떠난 적이 없다. 일단 생동하는 삶을 대하면 그 때부터 그 삶의 현장을 사진에 담기 위하여 그 속에 뛰어들어가 '공략'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나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하루종일 삶에 참견할 자세로 거리를 쏘다녔다. 단 한장의 사진 속에 삶의 모든 정수를 정지시키고 또 새겨두려고 했던 것이다.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상황은 움직이지 않게 고정된 상태로 남겨진 상황이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나는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 않은 것을 카메라로 찍는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은 그림으로 그린다.
-만 레이

삶 그 자체도 현실은 아니다. 돌이나 자갈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도 바로 우리들이다.
-프레데릭 좀머

...... 갑자기 어린 소년 한 명이 내 바로 옆쪽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그때 경찰이 경고 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군중들 사이로 사격을 가한 것이다. 또다시 좀더 많은 아이들이 쓰러졌다. ...... 나는 내 옆에서 죽어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쓰러진 어린 소년의 입에서는 피가 솟구쳐 흘러 나왔고, 몇 명의 어린 소년들이 쓰러진 소년의 옆에 무릎을 꿇고서 흐르는 피를 막아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때 어떤 어린이들이 나에게 죽여 버리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 나는 어린이들에게 사진을 그대로 찍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내가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면서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사진으로 기록해 두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어린 소녀가 돌로 내 머리를 쳤다. 현기증이 느껴졌으나 애써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에 어린이들은 나의 설명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리고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머리 바로 위 하늘에는 계속 헬리콥터가 날고 있었고 총소리도 계속 되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꿈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꿈이었다.
-[요한네스버그 선데이 타임즈]지의 흑인기자인 알프 쿠말로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웨토에서 발생한 흑인 소요 사태를 취재한 기사

카메라를 비롯해 가장 현대적으로 삶을 재생산하는 기구들까지도 그것을 거부한다. 우리는 악을 억누르고 동시에 선에 대해서도 숨막혀한다.
-월래스 스티븐스


-수잔 손탁의 <사진론>-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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