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솔직함

일기 2006. 1. 30. 19:27 |
오랜만의 달리기.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다.
낙성대에서 출발해 학교를 돌아 내려오는 코스.
연휴라 사람이 거의 없는 캠퍼스가 고요하니 좋다.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달리기.
운동장을 여러바퀴 도는 달리기가 반복에서 오는 집중, 자기 안으로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캠퍼스처럼 넓은 곳을 도는 달리기는 변화하는 풍경을 느끼는 여행 같은 즐거움이 있다.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전력질주로 마무리.
극한까지 육체를 몰아붙일 때 오는 짜릿함.
샤워를 하고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니 휴~ 하고 몸이 추욱 늘어지면서 머리가 핑 도는 나른함이 느껴진다.
캬~ 좋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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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솔직함.
감정과 생각의 날 것, 원형 그 자체는  깊숙한 곳에.
받아 들이기 편한 형태로 적절히 가공후 상대에게 제공.
거짓은 아님. 다만 날 것이 아닐 뿐.  부드러운 소통을 가능케 함.
상대의 솔직함 역시 유도할 수 있음.
그런면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단 걸 스스로 잘 아니까, 아마 쉽게 바꾸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그 근저에는 날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란 거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으니까.
나의 믿음은 언제나 부분적이었다.
그는 이런 부분에선 믿을만하지.
통채로 믿어본 적 없는 이에게, 믿는다는 것은 무게중심을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것 만큼이나 아찔하고 불안한 일이다. 추락에의 공포.
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나의 날 것은 충분히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이 세련된 솔직함.

그치만 세련된 솔직함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 그것만으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날 것을 드러내어 내보일때만 구원받을 수 있는, 심장 같은 기억, 감정, 생각.
그러한 날 것의 교류는 상대도, 나도 그만한 준비가 되었을때야 가능한 것.
오랜 시간과 사랑과 에너지가 필요한 흥미롭고 진지한 작업.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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