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였다.
나는 햇살이 잘드는 대학원 도서관의 창가 자리에 앉아,
한적하게 생태학 저널을 뒤적이고 있었다. 사서 한 분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고요하고 따뜻한, 그래서 기분좋은 봄날의 독서였다. 책의 내용보단 분위기에 몰입하고 싶을 정도로, 책 위로 쏟아지는 곱게 산란된 빛과 사람없는 도서관의 공간감이 참 좋았다.
그런데 내 발을 녀석이 툭 치면서 부터 '원생의 여유로운 나날들'이란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감성멜로 영화가, 더 안팔릴 것 같은 70년대 SF 영화로 바뀌고 말았다.
그 녀석은 U.F.O처럼 생긴(sf영화답게) 청소기였다.
주변에 원형으로 걸레가 달려있고 가운데 볼이 있어 장애물에 부딪히면 자동으로 다른 곳으로 굴러가는 원리로 움직이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구조여서 위에 중절모를 씌우면 딱 맞을 것 같았는데, 제리(톰과 제리의 그 제리!)가 모자 안에서 마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자꾸만 연상되어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닌게 아니라 하도 발발거리며 돌아다녀서 '어이, 저기 청소해'하면 '네, 주인님' 하면서 쓱싹쓱싹 바닦을 닦을 것 같은 그런 청소기계였다.
사서 분에게 물어보니 용역을 쓰면 비싸고 하루에 한 번 밖에 안 닦기 때문에 종일 바닥을 닦는 녀석을 고용했다고 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진 않으나 어쩔 수 없다는 말투였다. 그러고보니 우연히 본 홈쇼핑에서 녀석을 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흥미롭게 녀석을 한참동안 관찰하다,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따땃한 봄날의 한적한 도서관에서 우리 셋은 그렇게 각자의 일에 충실했다.
나는 햇살이 잘드는 대학원 도서관의 창가 자리에 앉아,
한적하게 생태학 저널을 뒤적이고 있었다. 사서 한 분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고요하고 따뜻한, 그래서 기분좋은 봄날의 독서였다. 책의 내용보단 분위기에 몰입하고 싶을 정도로, 책 위로 쏟아지는 곱게 산란된 빛과 사람없는 도서관의 공간감이 참 좋았다.
그런데 내 발을 녀석이 툭 치면서 부터 '원생의 여유로운 나날들'이란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감성멜로 영화가, 더 안팔릴 것 같은 70년대 SF 영화로 바뀌고 말았다.
그 녀석은 U.F.O처럼 생긴(sf영화답게) 청소기였다.
주변에 원형으로 걸레가 달려있고 가운데 볼이 있어 장애물에 부딪히면 자동으로 다른 곳으로 굴러가는 원리로 움직이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구조여서 위에 중절모를 씌우면 딱 맞을 것 같았는데, 제리(톰과 제리의 그 제리!)가 모자 안에서 마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자꾸만 연상되어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닌게 아니라 하도 발발거리며 돌아다녀서 '어이, 저기 청소해'하면 '네, 주인님' 하면서 쓱싹쓱싹 바닦을 닦을 것 같은 그런 청소기계였다.
사서 분에게 물어보니 용역을 쓰면 비싸고 하루에 한 번 밖에 안 닦기 때문에 종일 바닥을 닦는 녀석을 고용했다고 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진 않으나 어쩔 수 없다는 말투였다. 그러고보니 우연히 본 홈쇼핑에서 녀석을 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흥미롭게 녀석을 한참동안 관찰하다,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따땃한 봄날의 한적한 도서관에서 우리 셋은 그렇게 각자의 일에 충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