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공간에 누워 광합성을 한다.
시간의 흐름따라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작은 양지에 얼굴을 들이대기 위해 구물렁구물렁 뒤척이다보면, 따뜻한 흙 속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움직이는 게으른 지렁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요즘 같아서는 하루 중 햇님이 반가운 시간대는 이맘때 뿐이다.
작년이던가, 아버지가 일본 다녀오면서 선물해주신 시계 로봇.
향수니 뭐니 하는 요란한 선물 꾸러미의 끄트머리에 수줍게 붙어온 녀석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당신에게도 이런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 때문인지, 어릴때 당신이 선물한 건전지로 움직이는 로봇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것도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일곱살 때 한달쯤 강원도의 삼촌댁에 혼자 놀러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생전 처음 집에서 오래 떨어져있는 자식이 집생각,부모생각에 울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한달음에 달려온 나의 부모.
그 앞에 대고 내가 했다는 그 말
'엄마, 왜 왔어?'
는 두고두고 나의 정없는 성격을 풍자하는 말로 우리 가족의 입에 오르내리지만(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나도
가끔은 양지 바른 곳에 세워둔 로봇 녀석 따위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단 말이지.
허허참.
햇살따라 뒹굴거릴땐 좋았는데, 갑자기 먹먹해져서 나도 당황했다.
에잇. 원자력 에너지에 힘이 솟는 나쁜 로봇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