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일기 2006. 11. 2. 23:06 |

피곤하다.

요 며칠 해외사업 때문에 외국기업들과의 미팅에 참석하고 있고, 영어도 못하는데 접대도 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아서 부담이 된다.

나이스 투 미츄,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새드 투 미츄에 가깝다.


슬슬 지저분한 꼴도 본다.

팀 일만 할 땐 그럴 일이 없는데, 경영진이랑 움직이니 좀 그렇다.


더불어 난 '연구원'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이 팀을 택한건데, 갑작스레 '비지니스맨'으로 방향을 틀라고 한다. 이거참 당황스럽다.


늦어진 미팅을 마치고, 혼자 뒷정리를 하고,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 남아서 저녁도 못 먹고(경영진과 외국사람들은 비싸고 맛난거 묵으러 가는데) 추가적으로 주어진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에, 또 회사일로 회사사람이랑 통화를 하고, 그 와중에 내일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하기로 한 일정이 취소되었다. 회사일이 많아서, 교육받을 시간이 없댄다.


시청역이던가. 꿀꿀하게 걸어가는데, 저 앞의 아이, 아빠 품에 안긴 꼬맹이가 무표정하게 계속 바라본다.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고, 바로 앞을 지날 때가 되자, 갑자기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리곤 "안녕~"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나도 "안녕~"이라고 반갑게 손을 흔들며 대답한다.

아이처럼 갑자기, 나도 웃는다.


위로는, 참으로 사소한데서 오는건데, 그냥 저렇게 방긋 웃어주며 "안녕~"하면 되는건데, 그걸 몰라서, 못 해주기도 하고, 못 받아서 섭섭해하기도 하고 그런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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