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단순함, 복잡함

2006. 2. 20. 03:44 |
실은
연애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의 80%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어요' 이고,
나머지 20%는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요'
인지도 모른다.

속 뜻은 빤한 이야기를, 생활 속의 수많은 디테일들, 상황 속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시켜 말하는 것일지도.(변주곡은 아름답고 즐겁다)

상대의 취미, 친구관계, 새로 한 머리, 주말 일정, 점심 식사 메뉴, 이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이 실은 단 한 가지의 메세지만을 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연인들 사이의 다툼 역시,
결국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음을 확인하지 못하는 오해에서 비롯하는 것 아닐까.
(상대의 가치관, 정치적 견해, 미학적 취향 등 그 수많은 소재들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해진다. 사랑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사랑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이제 언어의 문제가 대두된다.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 인생이 있고, 백 개의 언어가 있다.
손짓과 발짓만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해해주길 바라는건 욕심에 불과하다.
상대의 언어를 인정할 것인가? 새로운 것을 마주한 호기심 가득찬 아이처럼 상대의 언어를 맹렬히 습득할 것인가?

학습은 노력을, 노력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연애 감정이 생산하는 에너지가, 언어 습득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할 때 그 연애는 끝난다.
(비슷한 언어를 쓰는 이를 사랑하는건 얼마나 편한 일인가. 하지만 다른 언어에 더 끌리는 역설은?)

아마 사랑 능력을 검증할 수능시험이 있다면,
언어영역과 외국여영역엔 두 배의 가중치를 두고,
수탐I(계산)과 수탐II(실험)에는 마이너스 가중치를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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