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그들을 만나다
글 2005. 1. 12. 15:27 |내가 아무런 책임감 없이 남발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리고 그런 단어가 여러 개라면,
아마도 1순위는 '오랜만에'가 아닐까.
개선의 노력은 없는 그저 있었던 일에 대한 그저 반성없는 평가.
가끔의 일시적 충동으로 끝나버리기 쉬울 식상한 단어.
여하튼 오늘은 그저 스쳐가지만은 않았다.
그저 사당역 환승로에서 마주치는 수백 수천명의 그네들처럼 옷깃도 스치지 않고 지나쳐가거나, 설혹 스치면 찌푸린 눈쌀 한다발을 성큼 안겨주며 그렇게 흘려보내진 않았다.
조금은 '만남' 같았다.
'말'들이 돌아다녔다.
큰 놈 작은 놈, 어설픈 놈 노련한 놈, 굼뜬 놈 재빠른 놈,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주변을 부유하는 녀석들을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릴 때 즐겼던 비누방울 놀이처럼 그렇게 내 입에서 줄줄이 쏟아져 나온 것들인데,하나 같이 내 이름이 도장처럼 찍혀 있는 것들인데, 어느 것 하나 내 것 같지 않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입에서는 둥실둥실 방울방울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내 눈은 놀람을 감추지 못 하고 그것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방울들 역시 제 주인이 저를 알아보지 못 하자, 잠깐 무지개 빛을 반짝거리고는 펑하는 슬픈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어느 것 하나 제 갈 곳 찾아간 녀석이 없었다.
만남이 이런 것이란 걸 알지 못했던 탓인가. 이렇게 냉정한 거울 앞에 서는 것이란 걸 알지 못했던 탓일까. 구체적인 아픔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드러난 나에 자존심 상하고, 드러나지 않은 나에 부끄러움 느껴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니 피가 눈으로 쏠려 왈칵하고 뜨거운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차가운 나는 그 뜨거움을 잊었었다.
사회적이고 전체적 차원에서 쉽게 이상적이라 비판 받는 것들을
개인적 차원으로 끌어 내렸을 때 그것은 용기의 문제, 선택의 문제로 환원되어 무겁게 나를 짓누른단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가지지 못 할 때, 선택에 책임지지 못 할 때 나는 만남을 통해 찌그러진 자존심을 내 눈으로 목격하고 부끄러움을 알게 된다.
비록 그들이 모를지라도 자신은 정확히 알게된다. 보게된다.
그래, 더 자주 만나자구.
20030327
그리고 그런 단어가 여러 개라면,
아마도 1순위는 '오랜만에'가 아닐까.
개선의 노력은 없는 그저 있었던 일에 대한 그저 반성없는 평가.
가끔의 일시적 충동으로 끝나버리기 쉬울 식상한 단어.
여하튼 오늘은 그저 스쳐가지만은 않았다.
그저 사당역 환승로에서 마주치는 수백 수천명의 그네들처럼 옷깃도 스치지 않고 지나쳐가거나, 설혹 스치면 찌푸린 눈쌀 한다발을 성큼 안겨주며 그렇게 흘려보내진 않았다.
조금은 '만남' 같았다.
'말'들이 돌아다녔다.
큰 놈 작은 놈, 어설픈 놈 노련한 놈, 굼뜬 놈 재빠른 놈,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주변을 부유하는 녀석들을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릴 때 즐겼던 비누방울 놀이처럼 그렇게 내 입에서 줄줄이 쏟아져 나온 것들인데,하나 같이 내 이름이 도장처럼 찍혀 있는 것들인데, 어느 것 하나 내 것 같지 않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입에서는 둥실둥실 방울방울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내 눈은 놀람을 감추지 못 하고 그것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방울들 역시 제 주인이 저를 알아보지 못 하자, 잠깐 무지개 빛을 반짝거리고는 펑하는 슬픈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어느 것 하나 제 갈 곳 찾아간 녀석이 없었다.
만남이 이런 것이란 걸 알지 못했던 탓인가. 이렇게 냉정한 거울 앞에 서는 것이란 걸 알지 못했던 탓일까. 구체적인 아픔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드러난 나에 자존심 상하고, 드러나지 않은 나에 부끄러움 느껴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니 피가 눈으로 쏠려 왈칵하고 뜨거운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차가운 나는 그 뜨거움을 잊었었다.
사회적이고 전체적 차원에서 쉽게 이상적이라 비판 받는 것들을
개인적 차원으로 끌어 내렸을 때 그것은 용기의 문제, 선택의 문제로 환원되어 무겁게 나를 짓누른단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가지지 못 할 때, 선택에 책임지지 못 할 때 나는 만남을 통해 찌그러진 자존심을 내 눈으로 목격하고 부끄러움을 알게 된다.
비록 그들이 모를지라도 자신은 정확히 알게된다. 보게된다.
그래, 더 자주 만나자구.
200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