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일거리

일기 2006. 1. 17. 01:01 |
한동안 연애 카운셀링을 쉬던차 (물론 전담고객과의 정기 카운셀링은 항상 있다 -_-)
오랜만에 일거리가 들어왔다.

바로
바로
바로

과외하는 중딩이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_-

당최, 16세 소년의 연애에 관해 내가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언가를 기대하는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하고, 외면하려고외면하려고 나는 얼마나 애를 썼던가.
하지만 그 간절하게 갈구하는 눈빛에 내 마음도 무너지고, 수업 진도도 무너지고...

과외 중의 대화

과외남: 샘 저 연애해요. 참, 부모님껜 비밀이에요.
나: 응?
과외남: 이번 캠프(해병대 영어 캠프? -_-) 에서 사귀었어요.
나: 음, 아무것도 못 건지는 숫한 캠프보다 낫구나.
과외남: 갸를 좋아하는 애가 세명이었는데, 제가 그냥 고백해서 낚아채버렸어요.
(이 동네는 1주안에 3명의 좋아하는 애가 생기고, 연애가 시작된다)
나: 응, 그래. 잘했다.
과외남: 울 아부지가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항상 강조하셨지요.
(지 여자친구 이쁘다고 막 자랑하기 시작한다. 휴대폰의 사진 보여주려고 안달이다. (이부분은 p모씨와 비슷). 나는 부러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나: 이쁜거 말고 어디가 그렇게 좋디.
과외남: 말하기 쑥스러운데...
나: 응?
과외남: 다 좋아요. ㅎㅎ (분명 천진한 웃음이 아닌 음흉한 웃음이었다 -_-)

..... 약간의 과외 .....

나: 음, 그 나이땐 그냥 좋은 마음으로 만나면 되는거지.
과외남: 샘이 잘 모르시네(비웃음). 요즘은 어린애들이 더 무서워요.
나: (헉, 이 녀석들이 벌써?)
과외남: 근데 샘, 손은 잡아보셨어요?
나: 털썩.

... 다시 약간의 과외...

과외남: 샘도 만나면 항상 두근거리고 그래요?
나: 응, 글치.
과외남: 아, 다들 그렇구나. ㅎㅎ (또 음흉한 웃음)

...

과외남: 샘 제가 한동안 쉬었던 비즈 공예를 시작했어요.
나: 응?
과외남: 예전에 학원도 다녔거든요. 이번주 일요일에 선물하려구요. 벌써 다 만들어놓았지요. ㅎㅎ
(멀리서 안방 문 열리는 소리)
나: 그래, 거기서 막히면 샘이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지?
과외남: 아, 아직 안써먹은 조건이 없는지 다시 문제를 살펴보라고 했다.
(멀리서 문 닫히는 소리)
과외남: 롯데월드 가려구요.
나: 숙제도 좀 하지? -_-

.. 과외 끝...

과외남: 샘, 이따 문자보낼게요.
나: 어디 나한테 보낼 시간 있겄냐. 숙제나 좀 하지?
과외남: 아잉~

....

과외 중에 문자가 열 통은 왔다.
난 한 통 왔다.
과외 중에 전화도 막 온다.
나도 전화 왔다.
아부지였다.

과외남, 방년 16세,  
14세 순진녀와 사탕같은 사랑에 빠지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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