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은 적응을 하고, 지난 시간과 생활을 조금씩 까먹어간다는 사실이, 마치 해야할 일 하나 없는 일요일처럼 반가우면서도 허탈하다.
주말엔 입사하고 처음으로 (미나외의) 친구들을 만났고, 덕분에 처음으로 취직턱이란 걸 쐈다. 회사사람들 아니면, 미나와의 만남이 지난 삼개월 동안 내가 경험한 인간관계의 전부였기 때문에, (물론 하나 더 추가하면 고객과의 만남이 있다-_-) 처음엔 어떤 주제로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도 하고. 그런게 좀 우습기도 하고.
건희랑 형준이는 따로 볼 땐 조금 변한 것 같다가도, 함께 보면 항상 똑같다.
명실이는 어째 독수공방에도 익숙해진건지 칼퇴근의 효과인지, 표정에 여유가 생긴 것 같고,
치형이는 XX와 XX한 관계를 가지며, X까지 사는 둥의 화려한 직장인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예전부터 할부로 살 물건은 안 사는게 낫다는 주의였기에 체크카드로 충분했는데, 은행직원이 살살 꼬드기는 것을 당해내지 못하고 그만 만들고 말았다.
곧 적금을 부을거고, 결혼을 하면 그 적금을 깨고, 대출을 얹어서 전세집이라도 하나 얻을 거고, 매달 이자를 상환해 가겠지.
그러다 3년이 지나면, 그 3년 뒤의 나는, 매달 30일 밤이면 고민을 하겠지. 그래 이번 월급만 받고 그만두는게야, 그렇게 푸근하고 홀가분한 잠을 달게 자고 나면, 다음날 아침 카드값이 빠져난 계좌를 인터넷 뱅킹으로 확인하고 , 그 다음날에 은행 이자가 빠져나가고 텅 비어버린 계좌를 허탈하게 응시하다, 결국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어떻게든 한 달을 채워나가지 않을지.
뭐, 그러니저러니 해도 사기업은 안 다니겠지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