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아, 한참은 오래전의 이야기 같지만. 아직까지 시차적응을 못해 고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일본과 한국은 자그마치 스물네시간이나 시차가 난다. 그래서 다녀오면 하루쯤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아 당황스럽다. 사라진 하루를 찾기 위해 꿈 속을 방황하다 보면, 어느새 늦잠을 자고 있는 나를 본다. 아, 빨리 시차 적응해야 할 텐데.
그러니까, 떠난건 새벽이었다. 모든 여행은 설레니까, 전날 밤엔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공항가는 버스에서도 잠을 자지 못했다. 부슬비도 오기 시작하고, 공항 리무진이란게 다 그런지 에어컨도 엄청 빵빵더라고. 하는수 없이 창문을 톡톡거리며 적당히 참을만한 시비를 걸어오는 빗방울을 충혈되어 새빨개진 눈으로 흘겨보며 여행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
여행의 본질은 '거리두기'라고 생각한다. (그닥 여행을 업으로 삼지도 않고, 운동화 빵구나도록 돌아다녀본 사람 말도 아니니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겠다.) 사람들, 풍경들, 시간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스쳐지난다. 마을버스에서 아침마다 밀쳐오는 끈적찝지리한 손길이나, 컴퓨터 킬 때마다 등장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로고처럼 반복되지 않는다. 생활이 아니니까. 낯선 사람, 풍경, 그리고 시간들. 나는 한발짝 물러나 바라보게 되고, 느끼게 된다. 관조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이 낯설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행은 그 형식 자체로 낯설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습기 머금은 신림역 아스팔트길도 이 때만큼은 낯설다. 여느때보다 때깔도 좀 고와보인다. 시커먼 아스팔트에 내리는 빗줄기가 거무티티하게 거슬려가는 내 피부에도 내려 퍽퍽하게 무뎌져가는 감각들을 깨우는 것도 같다. 오, 그래, 이 느낌. 이렇게 느끼는 나. 얼마만인가. 여행의 낯선 시선은 어느새 나를 돌아보는 낯선 시선이 된다. 여행에서 만나고 느낀 모든 것들은 실은 내 안의 낯선 편린들이다. 생활의 익숙함 속에선 보이지 않는 이웃집 토토로 같은 내 조각들.
그 낯선 나와 예전에 그러했듯 다시 편안하게 마주할때, 낯선 시공간은 편안하게 내 안으로 스민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내가 되고, 여행에서 바라본 풍경은 어느새 나의 모습이 되고, 여행은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된다.
거리두기와 스며들기, 낯설음과 익숙함. 그 묘한 조화 속에 여행의 묘미가 있다.
그러다 도착했다. 낯설고 익숙한 인천공항. 출국수속을 밟고, 면세점에서 어무이 아부지의 심부름을 열심히 하고, 헥헥거리며 잠시 쉰다.

그러니까, 떠난건 새벽이었다. 모든 여행은 설레니까, 전날 밤엔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공항가는 버스에서도 잠을 자지 못했다. 부슬비도 오기 시작하고, 공항 리무진이란게 다 그런지 에어컨도 엄청 빵빵더라고. 하는수 없이 창문을 톡톡거리며 적당히 참을만한 시비를 걸어오는 빗방울을 충혈되어 새빨개진 눈으로 흘겨보며 여행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
여행의 본질은 '거리두기'라고 생각한다. (그닥 여행을 업으로 삼지도 않고, 운동화 빵구나도록 돌아다녀본 사람 말도 아니니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겠다.) 사람들, 풍경들, 시간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스쳐지난다. 마을버스에서 아침마다 밀쳐오는 끈적찝지리한 손길이나, 컴퓨터 킬 때마다 등장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로고처럼 반복되지 않는다. 생활이 아니니까. 낯선 사람, 풍경, 그리고 시간들. 나는 한발짝 물러나 바라보게 되고, 느끼게 된다. 관조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이 낯설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행은 그 형식 자체로 낯설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습기 머금은 신림역 아스팔트길도 이 때만큼은 낯설다. 여느때보다 때깔도 좀 고와보인다. 시커먼 아스팔트에 내리는 빗줄기가 거무티티하게 거슬려가는 내 피부에도 내려 퍽퍽하게 무뎌져가는 감각들을 깨우는 것도 같다. 오, 그래, 이 느낌. 이렇게 느끼는 나. 얼마만인가. 여행의 낯선 시선은 어느새 나를 돌아보는 낯선 시선이 된다. 여행에서 만나고 느낀 모든 것들은 실은 내 안의 낯선 편린들이다. 생활의 익숙함 속에선 보이지 않는 이웃집 토토로 같은 내 조각들.
그 낯선 나와 예전에 그러했듯 다시 편안하게 마주할때, 낯선 시공간은 편안하게 내 안으로 스민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내가 되고, 여행에서 바라본 풍경은 어느새 나의 모습이 되고, 여행은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된다.
거리두기와 스며들기, 낯설음과 익숙함. 그 묘한 조화 속에 여행의 묘미가 있다.
그러다 도착했다. 낯설고 익숙한 인천공항. 출국수속을 밟고, 면세점에서 어무이 아부지의 심부름을 열심히 하고, 헥헥거리며 잠시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