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궁합

일기 2006. 5. 20. 16:22 |


미나랑 불자-기독자 교수 공동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여산샘 말씀은 항시 듣고 홈페이지에서 보던 내용이라 그에 대한 반응이 더 궁금했었는데(십자가 사건을 하나님의 원죄에 대한 대속으로 보는 관점은 전통적 신학의 관점에서 공격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최영실 교수의 논찬은 여산샘 글의 큰 흐름을 잘 짚으면서도 그러한 관점이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해석해주어 흥미로웠다. 김경재 교수의 '기독교에서 본 붓다' 역시 오랫동안 불교와 기독교를 오가며 깊은 고민을 해온 노교수님의 연륜이 잘 배어나오는 글이었는데, 그 큰 그릇을 담지 못하는 듯한 최종석 교수의 논찬에 넉넉하게 답하는 모습에 더 감탄댔던 것 같다.

최종석 교수의 질문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불교에는 지장보살이 지금도 지옥에서 중생 구제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옥의 중생들은 따지고 보면 '내가,우리가 보낸 것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우리가 욕심을 덜 내서 조금 덜 갖고 덜 먹었다면, 지옥의 그 사람이 배고파서 도둑질을 안했을 것입니다.' 불교의 윤리는 상호연계적 연기론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지옥과 극락을 뗄 수 없다고 봅니다. 지옥과 극락을 넘어선 무차별의 자타불이의 사랑이 불교의 자비입니다. 논자께서는 예수님께서 지금 지옥에서 불쌍한 영혼들과 함께 계신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천국에서 구원받은 영혼들과 함께 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김경재 교수의 답은 이러했다.

'예수는 지옥에도 계시고, 천국에서도 계십니다. 하지만 대부분 불쌍하고 헐벗은 영혼들이 있는 '지금 바로 이곳'에서 함께 하시며, 지옥과 천국에는 시간 날 때 종종 들르십니다.'

사람들의 폭소가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예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이 율법학자였고, 십계명 중 앞의 세가지가 우상타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도구일 뿐인 '기독교적 교리'가 우상화되어가고 있는 한국기독교를, 길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도 죽이라는 불교적 가르침을 통해 비판한 대목.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는 성육신 신앙에도 불구하고,  죄 많은 이세상에서 예수를 믿음으로서 죽어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구원이라고 믿는 보수적 기독교 교단을 비판하고, 현세와 내세가 실은 하나임을, 바로 지금 이곳이 천국임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구원임을 설파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최근들어 철학보다 종교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듯하다.
철학을 공부하며 해결되지 않았던 존재론과 인식론의 분리,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윤리학이 종교에 이르러서는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실은 존재(신) 그 자체에는 인식,존재,윤리라는 구분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는 개체론적 인간이기 때문에, 먹고 싸고 생각하고 살다 언젠가는 죽는 인간이기에, 존재를 인식하고 또한 행동(윤리)해야 한다. 해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천국이란 개념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삶/죽음 현세/내세가 본래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일까.
성경에서 내 안의 신성, 내 안의 하나님이란 표현 역시 실은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 아니었을까.
결국 인식론적 이원론은 존재론적으로 하나인 것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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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태어나서 처음으로(영준형이 봐준 걸 빼고) 사주와 궁합이란 걸 봤다. 미나랑 합쳐서 만원내고.
이름에 水이 있어 바람기가 많고, 주변에 土가 3개나 있어서 벼슬(官)을 얻고 공부해서 출세한댄다.
머리도 좋다고 하고, 올해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손금을 보니 여자한테 푹 빠진다고 하고, 횡재할 운은 지지리도 없으니 복권은 사지 말라 그러고, 돈은 들어오는데 빠져나갈 수 있으니 주변 土(부모와 마누라)의 조언을 잘 들으랜다. 아, 궁합은 좋댄다.

나름 재미는 있었다.
아주 득도한 것 같아 보이는 아저씨가 아니라 재미로 보기엔 오히려 좋은 것 같다.

흠. 바람기가 많다는 것 빼곤 다 맞는 말 같다. ^^
아.. 아닌가. --;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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