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번 월드컵은 평가전부터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TV카드도 하나 장만했다.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박지성도, 이영표도 아닌 박주영이다.
이천수처럼 드러나게 욕심이 있어서 필드를 휘젖고 다니지도 못하고, 덩치 큰 수비수들과 부딪히면 벌러덩 나가 떨어지기 일쑤지만 그의 플레이가 좋다.
세네갈 전과 보스니아 전에서 보여준 그의 어시스트와 넓은 시야에 나는 반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스포츠의 매력을 새삼 환기하게 되었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그 느낌.

언제나 개인전보단 단체전이, 프로보단 아마추어가, 국가대표보단 청소년대표가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더 크니까. 그만큼 더 감동적이니까. 하나의 목표를 향한 열정이 모이고 그 '열정'이 결과물(우승이라기보단 골같은)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예술적이다.  박주영은 그런 패스를 한다. 그의 패스에선 박주영이라는 개인보다, 함께 한다는 느낌 같은 것이 확실하게 전해져온다. 그는 모두가 모여서 만들어낸 특별한 시간의 특별한 공간을 보는 능력이 있다. 연대시절의 이상민을 좋아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리고 또 그 맛에 스포츠 만화는 가리지 않고 다 재밌게 본다. 아무리 뻔해도 재미가 있다.
특출나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서 열심히 훈련해가지고 1점 차로 이기거나 하면 눈물이 주룩 흐를까말까 한다.

근데 나의 평소 생활은 어떤가.
아무리 후하게 생각해봐도 개인적인 쪽에 흰긴수염고래 하나 만큼은 더 가깝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지역주의 수준을 떠나서, 그냥 소속감 싫어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 몇 없다.
학부때도 우르르 당구치고 겜방가는 그런 자리 끼인 적 거의 없다.
3명만 모으면 되는 농구는 허구헌날 했지만 11명이나 모아야 되는 축구나 9명 모으는 야구나 다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3류 스포츠 만화에도 항상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왜일까.
개성이 다른 여러 캐릭터가 모여서 중원을 평정하는 무협지에 열광했고, 마법사 엘프 드워크 기사 성직자 모여서 드래곤 해치우는 판타지소설에 열광했던 이유는 왜일까.
생태주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공동체 마을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