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한다. 침대 아래의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고, 이불을 볕에 말린다.
'볕이 참 좋네'
혼자 중얼거리는데, 멀리서 사이렌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커진다. 현충일인가.
설거지와 빨래도 마저 마치고 나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리고 그만큼 마음이 맑아졌다.
얼마전 부터 스마트폰이란 걸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밥먹다가도, 주말에 놀다가도 틈틈이 메일을 확인하게 된다. 예전엔 놀다가도 일 생각하면 마음만 무겁더니만, 이젠 주기적으로 일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렇다고 놀면서 일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 불안함 같은 건 아닌데.
탄소시장이란 곳에 뛰어든지 3년이 흘렀다. 그간 시장도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다. 멋들어진 정책이 실현되는 현장에선, 비릿비릿한 일들이 서슴치 않고 관행처럼 벌어지는 것도 알게 되고, 그 가운데서 적절히 협상하고 타협하며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법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