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나름 일찍 퇴근해서는, 책도 조금씩 보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퍼질러 놀고 있다.
부엌 창에 모기장이 없어서, 철물점에서 기껏 사다 놓았는데, 주말엔 비가 와서 못 달고, 오늘은 어두컴컴해서 못 달았다. 추우니까 왠지 안 달아도 될 것 같은 방만한 느낌도 한 몫하고. 덕분에 나의 소중한 피들만 보시하는구나.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 중에 대상을 받은 정미경 작품이 재밌고, 윤성희의 <무릎>이란 작품이 참 재밌었다. 어째 김영하 소설은 읽을수록 재미가 떨어져가는 것 같고.
퇴근길에 윤성희의 작품을 읽다가, 덤덤한 문체에 눈물 뚝뚝 흘릴 뻔했다. 그마나 눈가에 들러붙은 '뻔'의 흔적도 아현 역 2번 출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칼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지만. 다들 손자병법 보고, 실용서들을 읽으며 회사의 처세술을 익히는데, 출퇴근길에 소설을 읽는 건 나름의 고집이자 자기위안 아닐까 싶다. 처세술 보고, 그대로 행동하는 모습들에 질려하면서 스스로는 조금 다르지 않느냐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러면서 야금야금 닮아가는. 씁쓸한 회사원 라이프. -_-
카프카가 직장생활하면서 그리도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건, (세간의 평처럼) 연애를 안했기 때문이 아니라, 칼퇴근하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일게다.
불끈.
지하철 공상 중에 문득,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이란건 이름에 묻은 먼지 같은 것 아닌가,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니 그 만큼의 기억들도 어딘가에 있을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렸나보다.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식으로 만났고, 어떤 사이였고, 무얼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내 표정, 신입생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때의 부자연스러운 근육의 땡김은 기억이 나는데.
툭툭 치다보면 목구멍 속 사탕처럼 어느순간 툭하고 속시원히 튀어 나올까. 그 이름은.
아니면 남은 그 얼굴, 그 이미지에 묻은 기억들만이, 그 이미지 만큼 흐릿하게 살랑살랑 떠오를 뿐인지. 것도 아니면 pc방 복숭아향에 묻어있는 2000년 즐겨했던 컴퓨터 게임의 기억들처럼, 어느순간 코를 휘감은 냄새를 따라 화락 덮쳐올 것인지.
부엌 창에 모기장이 없어서, 철물점에서 기껏 사다 놓았는데, 주말엔 비가 와서 못 달고, 오늘은 어두컴컴해서 못 달았다. 추우니까 왠지 안 달아도 될 것 같은 방만한 느낌도 한 몫하고. 덕분에 나의 소중한 피들만 보시하는구나.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 중에 대상을 받은 정미경 작품이 재밌고, 윤성희의 <무릎>이란 작품이 참 재밌었다. 어째 김영하 소설은 읽을수록 재미가 떨어져가는 것 같고.
퇴근길에 윤성희의 작품을 읽다가, 덤덤한 문체에 눈물 뚝뚝 흘릴 뻔했다. 그마나 눈가에 들러붙은 '뻔'의 흔적도 아현 역 2번 출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칼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지만. 다들 손자병법 보고, 실용서들을 읽으며 회사의 처세술을 익히는데, 출퇴근길에 소설을 읽는 건 나름의 고집이자 자기위안 아닐까 싶다. 처세술 보고, 그대로 행동하는 모습들에 질려하면서 스스로는 조금 다르지 않느냐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러면서 야금야금 닮아가는. 씁쓸한 회사원 라이프. -_-
카프카가 직장생활하면서 그리도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건, (세간의 평처럼) 연애를 안했기 때문이 아니라, 칼퇴근하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일게다.
불끈.
지하철 공상 중에 문득,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이란건 이름에 묻은 먼지 같은 것 아닌가,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니 그 만큼의 기억들도 어딘가에 있을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렸나보다.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식으로 만났고, 어떤 사이였고, 무얼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내 표정, 신입생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때의 부자연스러운 근육의 땡김은 기억이 나는데.
툭툭 치다보면 목구멍 속 사탕처럼 어느순간 툭하고 속시원히 튀어 나올까. 그 이름은.
아니면 남은 그 얼굴, 그 이미지에 묻은 기억들만이, 그 이미지 만큼 흐릿하게 살랑살랑 떠오를 뿐인지. 것도 아니면 pc방 복숭아향에 묻어있는 2000년 즐겨했던 컴퓨터 게임의 기억들처럼, 어느순간 코를 휘감은 냄새를 따라 화락 덮쳐올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