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레오 까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을 찾아봤다. 결국 사랑의 소유와 집착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단순히 정리해버리기엔 미안한 까락스의 영상미와 줄리엣 비노쉬, 드니라방의 매혹적인 연기가 있었다. 와인에 수면제를 타서 재운뒤, '한 번도 널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없어. 나를 잊어줘'라는 낙서를 남기고 떠난 미쉘을 향해, 수면제에 취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미쉘의 자리를 확인하고, 낙서를 발견하고,'누구도 나에게 잊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가르쳐 줄 수 없다 인가?)'는 대사를 날리며 한 발 남은 총알로 자신의 손가락을 날려버리던 알렉스의 눈빛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곡예사이자 걸인으로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살아가는 알렉스에게 사랑만은 잃고 싶지 않은 무엇이었던걸까. 함께 바다를 보기 위해 찾은 해변에서, SOS 해변구조대처럼 열심히 달리다(서핑보드는 없지만) 날도 어둡고 몸도 지치고해서 백사장에 드러누운 두 연인 . 열심히 사랑을 나눈 후(사실 안 나온다. 당근 그랬겠제) 미쉘은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알렉스에게 '수면제 없이 잠들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하며 꼭 껴앉아주지만, 알렉스는 몰래 수면제를 먹고서야 잠이 든다. 불면이 알렉스의 고독이라면, 이렇게 사랑이 그의 깊은 상처와 고독까지 치유해 줄 수 없었음에도, 알렉스는 소유와 집착의 화신(화신에 걸맞게 입으로 불도 내뿜고 화재로 일으킨다)이 되어 결국엔 감옥까지 가고 마는디. 아, 글고보면 이해의 정도가 소유하고픈 욕망의 정도와 비례하지는 않는건가.
영화에서 유일하게 성에 차지 않았던 부분은, 엔딩. -_-
그나마 참신한 부분이 있었지만 ('모래를 싣고 가는 배' 같은), 그렇게 끝이 나서는 영 말이 안되는 것이란 말이제. 암튼 줄리엣 비노쉬랑 격렬하게 다투기도 했다는 둥 말이 많은 엔딩이랜다.
레오 까락스 영화들은 구해놓고선, 아직 안 본 것들만 주루룩. 하나씩 챙겨봐야겠다. 그다지 인생에서 본이 될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영화는 재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