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N.Samar
사진/우리 2010. 3. 22. 22:27 |
필리핀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Samar 지역에 출장을 다녀왔다.
프로펠러 비행기에, 카누에, 삼륜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오지에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은 당연히 한 곳도 없고(ATM기가 단 하나 있긴 하다), 반정부 활동을 벌이는 NPA(New Peopl's Army)의 은신처도 있는 곳. 하지만 중심지인 Catarman의 Michz라는 작은 음식점에 가면 깜작 놀랄만큼 맛있는 까르보나라를 먹을 수 있는 곳.
마침 5월10일이 선거가 있는 날이라, 이 작은 지방에도 선거열풍이 한창이었는데, 필리핀이란 국가가 아직 정치와 돈의 유착이 돈독한 그런 나라라.. 지역에 연고도 없는 이가 외국서 벌어온 돈으로 시장에 당선된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그 중 한 명을 이번에 만났다.), 아버지는 주지사, 아들은 하원의원을 하다가 아버지의 임기가 끝나면(주지사는 3선까지 가능), 아버지는 하원의원에 아들은 주지사에 출마해 정권 swap(?)을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 여겨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뭐, 암튼 그 덕에 이 작은 어촌에서 맛난 크랩과 랍스터들을 잔뜩 먹을 수 있었으니 (선거 기간엔 출마자들이 점심을 대접하는 행사가 많다).
출장일정 중간에 잠깐 짬을 내어, 지역의 아동지원센터에 들렀다. 회사 내에 회사가 개발하는 사업 대상지의 어린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 후보단체를 만나보는 것이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였고, 간사분들만 만나는 미팅인 줄 알았는데 100 명도 넘는 부모와 아이들이 아침부터 몇 시간 동안 우리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출산율은 높은데 소득은 적다보니 어릴때 조금만 치료를 해줘도 장애까지 가지 않을 수 있는 아이들이 심각한 장애를 가지게 되고,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자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필리핀 같은 국가의 문제점을 살펴보다 보면 국가가 성장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정치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이런 아이들을 만나면 가슴이 깊이 쓰리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앞에 나가서 회사 대표로 짧은 연설까지 하다보니, 내가 책임지지 못할 말을 참 잘 내뱉는구나 싶기도 하고..
동남아와 중국에서 일을 시작한게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일을 시작했더라면, 아마도 내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에 대해 좀 더 고민했을 것 같어. 하지만 이런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에 대해 좀 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을 담은 사진이 많네.
- DMC-L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