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2006. 1. 12. 05:06 |
나는
모든 인간적인 것들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인간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랑은 언제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대상과의 이해와 나눔에서 비롯한다.
이해와 나눔없이 사랑한다 말하는건 기만이다.

내가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의 눈빛에서 슬픔을 느낀다면
그것은 내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눈빛에서 읽은 인간적인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도 있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그 인간적인 것이
나의 마음을 끌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와 무엇을 나누었는가. 아이의 무엇을 이해하는가.
난 그 아이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아니, 알려 하지 않는다.
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시작일 수 있다.
그것을 시작으로 만남이 이루어지고, 나눔과 이해가 따른다면 우린 사랑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엔 고통의 나눔도, 절실한 공감도, 배신과 용서도, 슬픔과 아픔도 뒤따를 것이다.


나는 속물에 범인이라,
모든 사람과 그렇게 만나 나눌 역량도 되지 않거니와, 그러고 싶은 의지조차 빈약하다.

평생에 걸쳐 한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면 족하다.

조금만 욕심을 부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 고통받고 약한 이들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나누고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일거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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