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일기 2005. 8. 9. 18:52 |
신도림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맞은편의 열차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 사고가 났나 싶어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려던 차,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때 눈에 들어온 차량번호.

2046

짝수로만 이루어진 네자리수. 왕가위에게 이 번호는 실제로 어떤 기억을 묶어두고 있을까.

누군가를 떠올릴때 함께 생각나는 숫자가 있다. 그 사람이 유난히 좋아하던 수, 생일, 생년, 기타 등등.
수첩이 하나 있다면 숫자 옆에 사람 이름이 적힌 숫자카드를 모아둬도 괜찮을 것 같다.
SF영화에서처럼 삭막한 느낌이 들진 않을 듯 싶다.
다만 망설여지는 것은 숫자 그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숫자는 사실은 전혀 실재하지 않는, 약속에 의해 자체적으로 완결된 논리를 부여받는 하나의 개념이니까.
그래서 숫자는 반박할 수 없다. (다만 약속을 반박할 뿐이다)
그리고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숫자에 묶어둔 기억은 변하지 않지만 공허한 느낌이 든다.

뭐, 나에게는 그렇단 말이다.




밍기적거리던 지하철 덕에, 집에와서 2046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Posted by n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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